해마다 가을이 되면 벼 추수가 끝나고 콩과 깨 추수를 할 때 마당 가득 커다란 비닐 매트를 깔고 콩을 널어놓고 바짝 말리는 작업을 한다. 속이 여물었어도 잘 말리지 않으면 콩 껍질과 콩이 잘 분리가 되지 않기에 며칠을 잘 말리고 난 후, 때가 되면 긴 막대기를 들고 엄마와 아빠께서 콩을 사정없이 타작하기 시작한다. 콩이 껍질에서 분리되어 이리저리 튈 때 매트 밖으로 떨어지는 녀석들이 껍질이 아니고 알맹이라면 반드시 하나도 남기지 않고 다 줍는다. 긴 장대로 바짝 마른 콩을 인정사정없이 후려칠 때 콩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알았다면 ‘왜 아무 잘못 없는 나를 때리세요? 아파죽겠어요. 억울해요’라고 아우성을 치지 않았을까. 그렇다 한들 어린 나조차도 그 매트라는 자리를 벗어나 전체적 관점으로 콩을 바라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