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선 78

수련회 소감-얼굴이 명승지

한 재단사가 지금까지 세상에서 볼 수 없었던 가장 아름다운 옷을 만들어주겠다며 그 나라의 왕을 찾아왔다. 이 옷이 독특한 이유는 옷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선하고 진실한 사람의 눈에만 보이기에 너무 특별해서 왕의 기품 정도는 되어야 입을 수 있기에 찾아왔다는 것이다. 임금은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알았기에 재단사의 말을 믿은 것이 아니라 누구나 흔하게 가질 수 없는 특수성을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내부에서 왕을 충동질하며 ‘나는 그런 사람이 맞다’라고 믿게 했다. 그리고 왕의 측근에서 보좌하며 왕의 권세를 부러워하고 탐하는 같은 부류의 사람들 안에서도 동일한 욕망이 작동했다. 분명히 왕의 치수를 재어갔는데 그 치수를 따라 만들어지고 있는 옷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치수는 있는데 옷은 없다. 몰래몰..

송민선 2022.08.14

예수님의 증인

한 아이가 잔소리와 충고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잔소리는 나를 화나게 하고 충고는 나를 더 화나게 한다고. 좀 더 세월의 때가 낀 사람은 차이를 두지 않고 뭉뚱그려 이렇게 말할 것이다. ‘어디서 가스라이팅 짓거리를...’ 그리고 살 만큼 사신 분들은 이런 것들을 논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고 지긋이 미소지으며 속으로 말할 것이다. ‘돈이 얼마나 없었으면 저런 소리를 듣고 살지? 쯧쯧쯧...’ 생각이라는 것을 할 줄 알고 생생히 존재를 의식하는 한, 잔소리나 충고를 달가워하는 위인은 나이 불문하고 아무도 없다. 그래서 모든 인간은 나 외에 아무도 말할 수 없는 고지를 향해 발전을 도모하고 그도 안되면 땅굴이라도 판다. 스스로 유일자가 되기위해 필요하다면 ‘우리는 하나’라는 허상에 가담해서 주저 없이 타인의..

송민선 2022.07.12

십자가 잉태-피를 품은 논쟁

오직 하나님께만 죄를 발산할 죄인이 어미 자궁 안에서 자라고 때가 되면 커다란 세상 자궁 안으로 배출되면서 죄 안에서 태어나고 죄 안에서 양육되는 죽음 안에 감금되어 외부와 완전히 단절되었기에 내부에서 같은 류끼리 진정한 소통을 하며 가치와 보람을 누리고 선을 추구하는 삶을 지향하며 아무 문제 없는 삶을 살 수 있다. 세상이 세상다웠기에 하나님께서 예수님을 불법의 세계에 죄인과 동등된 출산의 형태로 세상에 내어주셨을 때, 갇힌 자의 육안으로는 예수도 살아있고 나도 살아있으며, 예수도 인간이고 나도 인간이 된다. 그러나 기존의 구조에 속하지 않은 예수님 안에서 나오는 모든 소리가 동질이 아니고 이질적이었고 우리는 의롭다는 것에 주변 모두가 ‘예’를 던지며 연대를 이루고자 안달인데 주님 혼자 당당하게 ‘아니..

송민선 2022.06.04

가련한 양

다리 통증으로 정형외과, 신경외과를 전전하다가 침을 잘 놓는다는 한의원을 소개받고 치료를 하러 갔다. 간호사가 진료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주고 나가자 옆쪽에서 문이 열리며 원장이 들어오는데 다리를 쓰지 못해 휠체어를 타고 입장했다. 상황 스캔과 동시에 먹구름처럼 생각들이 몰려오고 경험을 바탕으로 한 갈등이 유발된다. ‘그냥 집에 갈 것인가 아니면 치료를 받을 것인가. 무엇이 내게 유리한가’ 다리가 정상이 아닌 사람에게 아픈 다리를 맡기는 것이 맞는 것인지 오히려 드라마처럼 숨은 고수는 이런 반전을 내포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여러 가지 판단들이 일어났지만 감사하게도 이런 생각들이 아무런 쓸모 없었고, 이미 몸은 침대라는 도마 위에 놓여서 작업은 벌써 이루어지고 있었다. 아무 말도 없고, 소통도 없고, 상호작..

송민선 2022.05.12

텅 빈 형식

조선 시대에 양반 가문에서 대를 잇기 위해 대리모의 몸을 빌려 아이를 낳는 풍습이 있었다. 영화에서 한 감독이 이런 풍습을 남아선호사상을 넘어서서 태가 죽은 이를 위해 산 자가 희생되는 악습으로 규정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극 중에서 어미가 자신처럼 대리모가 된 딸에게 이런 충고를 한다. ‘그 집에 가면 마당에 돌멩이 하나에도 정 주지 말어’ 아기를 낳는 기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자신들의 처지를 너무도 잘 알기에 딸이 받을 고통을 예감하며 물체 하나에도 마음을 주지 말라는 어미의 말이 차라리 ‘그냥 숨을 쉬지 말어’라는 말보다 혹독하게 들린다. 뭣도 모르고 대리모로 떠난 딸은 남자의 씨만 받아서 잉태된 아이를 잘 낳아 배출시키는 역할만을 하도록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받았고 중간에 결코 정분이 새지 않도록..

송민선 2022.04.23

믿음의 실체

며칠 전부터 건물 앞에 쓰레기들이 쌓여가고 있다. 처음에는 한두 개의 쓰레기만 있던 것이 이제는 수북한 더미가 되었다. 쓰레기차가 와도 쓰레기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들이 가짜 봉투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쓰레기차는 종량제봉투에 담긴 쓰레기만 가져가고 일반 비닐에 담긴 쓰레기를 가져가지 않는다.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버리지 않으면 수거하지 않습니다’라는 딱지를 붙여도 소용이 없다. 이 봉투나 그 봉투나 다 비닐봉투이니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걸까. 내부에서 거짓을 조작하는 쓰레기들이 쌓여가는데 밖으로 밀쳐내 주는 생명이 없기에 자신의 더러움을 들키지 못한다. 성령께서 안에서 죄를 밀쳐내고 끄집어내시는 것은 ‘나’라는 죄 덩어리를 깨끗하게 청소해주시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지금 어떤 지경인지를 자각하도록 ..

송민선 2022.03.07

없는 땅

씨를 뿌릴 밭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씨를 받을 밭을 선택하신다. 이 세상에는 원래 씨를 심을 밭은 없었으나 농부가 뿌렸기에 떨어진 씨앗이 썩어서 발아하여 열매를 맺으니 그제야 열매를 통해 밭이 있었음을 안다. 농부는 밭을 수거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거두어 간다. 성령이 자리를 펴신 성도라는 장막에서 잉태된 생명은 하늘로 올라가고 성도의 장막은 여전히 남겨져 낡아지고 쇠하나 저주에 감싸진 생명같은 주의 이름의 효과는 갈수록 선명하게 우러난다. 믿음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보여지는 것이고 들려주는 것이 아니라 들려지는 것이기에 성령이라는 말은 있지만 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기에 납득 시킬 수 없으니 결국 인간이 사는 세상에 성령은 없다. 출발점이 눈에 보이는 사람, 물체, 또는 현상이 아니라 이미..

송민선 2022.01.26

주님의 복음전파

넘지 말라는 말씀을 선포하셔서 하나님만 있었고 인간은 없었던 시절을 다시 기억하게 하시고 자신에게 관심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우치시려고 하나님이 선악과나무로 선을 그어 주셨다. 아담은 자신에게 관심 갖는 법을 몰랐기에 죽음은 고사하고 그것을 왜 따먹으면 안 되는지 자체에 의문이나 반감을 품지 않았다. 죽음을 몰랐기에 생명 나무에서 발산되는 생명의 존귀함도 알 필요가 없었다. 아무것도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아담은 홀로인 적이 있었다. 그래서 혼자라는 개념도 결핍이라는 감정도 없는 상태로 모든 것을 공급받는 능력 안에 있었다. 마치 아기가 자궁 안에서 홀로 있지만 혼자라는 의미 자체가 성립되지 않고, 스스로 살고자 무언가를 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을 제공받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만들어질 때부터..

송민선 2022.01.07

처음사랑

간만에 요리를 해보려고 메뉴를 정하다가 시골집에서 보내준 포실한 햇감자가 떠올라 보관된 장소에 갔다. 구린 냄새가 코를 자극하며 기분을 상하게 했다. 눈까지 내리고 한겨울이 임박한 마당에 가을 햇감자를 예상하며 뚜껑을 연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 될 줄이야. 박스를 들춰보니 구더기가 부지런히 움직이며 어제의 만나를 오늘도 먹으려고 저장하느냐고, 있지도 않은 내일을 위해 어디 창고를 만들려고 하느냐고 꼬물거리며 신호를 보내는 것만 같았다. ‘에잇, 엿 먹어라’ 얄미운 구더기들을 감자와 분리할 일말의 아쉬움도 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가뿐히 통째로 제거해버렸다. 다시 차분하고 깔끔해진 환경에 속이 시원해야 할 터인데 이 불편한 마음은 뭐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렇게 더러운 취급을 하며 버리느냐’라는 구더..

송민선 2021.12.05

나의 나됨

말씀을 전할 자격이 미달 됨을 알게 하시려고 말씀을 전하게 하시고, 말씀 들을 자격이 없음을 알게 하시려고 말씀이 들리게 하시며 살 필요 없음을 알게 하시려고 빼꼼히 관 뚜껑 열고 나오게 하셔서 사망의 몸에 담긴 생명으로 하루 치만 살리신다는 말씀이 선인과 악인을 구분하지 않고 햇빛과 공기를 주시듯 듣고 있는 모든 이에게 주어질 때, 어떤 이들에게는 심판의 증거가 만들지는 현장이 되고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 상관 없는 자리가 된다. 하나님의 구분하지 않으심은 구분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선별작업에서 발생하는 효과를 건지시기 위한 것이고 하나님은 오직 생명나무가 있는 아들의 나라만 중요하시고 예수님의 피의 효과만 집중하신다. 불신의 육이 성령의 투명한 막에 싸인 채로 주님의 지시가 움직이는 모습..

송민선 2021.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