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아 52

수련회를 다녀와서-부제 원망하는 삶

십자가를 원망하는 인생이었다. 따지고 보면 모든 게 원망이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내뱉은 모든 말들은 원망이었다. 앞으로도 원망하며 살 게 된다는 것도 기정사실이다. 감사마저도 원망이었다. 뭘 부어도, 부어도 채워지지 않는 욕망이라는 이름, 욕망의 구렁에서 올라오는 것은 십자가에 대한 원망이다. 거부할 수 없는데 거부해야만 하는, 거부하고 싶은, 거부할 수밖에 없는, 거부는 내 운명이다. 이 육신의 한계를 뚫고 벗어날 수 없다. 한 발 다가가면 두 발 도망가는 바보 같은 사랑을 하고 있다. 사랑이라고 하기엔 너무 궁색한 변명이나 해대고 있는 것 같기에 차라리 나를 위한 의미나 챙겨보고자 하는 짓이라고 고백하고 싶다.지겹도록 잔소리를 들어야 하는 말의 세계에 갇혀 탈출할 수 없는 자포자기의 일상을 살아가면..

이미아 2024.08.11

세발 낙지-국문의 현장(이미아-151012)

저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살아있는 세발낙지 사세요! 세발낙지가 쌉니다! 사러들 오세요!” 주일에 어김없이 설교를 듣고 있는 시간이면 설교소리와 함께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먹고 살기 위해서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 바깥의 현실은 말씀을 듣기 위해 앉아있는 안의 현실을 강하게 부정하는 것만 같다. 마치 세발낙지 사라는 그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통해서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 말씀을 듣고 앉아있는 나는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노란 신사임당 할머니한테 당할 자가 없는 이 현실. 새로운 현실이라고 우기는 종교도 그 노란 종이를 이기지 못한다. 예수님은 내 죄를 용서하시기 위해서 피를 흘리셨다는데 그 피로 안 되는 것이 있단 말인가? 동산위에 지어진 아담한 예배당 종소리를 듣고 더러운 세상을 떠나서 사랑과 ..

이미아 2024.02.24

수련회를 다녀와서

밥이나 먹고 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런 줄 알았다. 그래서 그렇게 살았다. 이게 뭐가 어때서? 라고 정당성을 내세울 때, 성경은 이게 지옥 갈 저주받은 증거라는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꿈에서 마냥 깨고 싶지 않은데, 그냥 푹 빠져있고 싶은데, 주님은 꿈 깨라고 무참히 짓밟아버리고 멸시해버리신다. 땅이라는 것만 바라보며 수평적인 일상생활에 몰두하는 그것만이 내 세상, 각자의 개별적인 세상에서는 카운트하는 나, 나만 의미가 있지, 나 외에는 다른 신이 없다. 그런데 엄연히 하늘이 있었다. 단지 인간은 하늘을 잊고 살아갔을 뿐이다. 인간에게 땅만 바라보며 살다가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볼 수 있는 수직적인 요소가 발생될 때는 하늘에서 돌덩이만한 우박이 내리고 우르르르 꽝꽝 천둥이 소리 지르고 번쩍번쩍 ..

이미아 2022.01.20

목사에게 필요한 평

목사들의 죄는 자기 자신만은 바르게 설교하고 있다고 하는 자기 방어벽이 쳐져있다는 사실이다. 성령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설교하면서도 성령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설교하는 그것이 죄라는 사실을 터치하지 못하고 있다. “성령이 오지 않으면요? 저는 어떻게 하죠?”라는 질문이, 그것을 듣는 교인들이 열 명이면 열 명 다에게서 필히 나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인간은 성령 받고 싶고, 구원받고 싶고, 죄 씻음 받고 싶은, 자기긍정이 무한대로 나온다. 긍정하고, 긍정하고 또 긍정하고 긍정하는 무한 긍정의 힘, 그것만이 원초적인 본능이다. 성령 받아서 천국가고 싶고 구원받고 싶은 그 욕망이, 의욕이 죄라는 것을 과감하게 목사는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교인들에게 설교해야 한다. 근데 참으로 여지없이 목..

이미아 2020.09.24

고맙소!

하나님의 말씀만이 현실인 것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논리적인 신학체계로 설명을 한다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 또 복음적인 성경해석으로 인해서 정말 속이 다 시원하고 뻥 뚫린다고 하는 감탄과 그 앎이 주어졌다고 해서 하나님의 말씀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어떠한 자기 고백도 하나님의 말씀이 현실이 되지 않는다. 그렇게 말씀은 주눅 들어서 인간의 움직임에 끌려가면서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말씀은 인간의 감정의 기복대로 오르락내리락 하듯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렇게 말씀은 인간의 언어로 귓가에 속삭이면서 현실로 나타나지 않았다. 말씀은 보이지도 않았고 나타남도 없었다. 그저 보이는 것은 밤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불빛처럼 새빨간 네온사인의 십자가만이 깜빡깜빡 거렸다...

이미아 20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