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2
(구자근)
갑자기, 뜽금없이 엄마나이를 들먹이게 하는 신이, 하기사 지도 지가 지금 왜 이 말을 해야쓰는지 모르겠지라. 그냥 생각없이 내뱉는 어린아이 같은 심정(주님이 주시는 밥상이라는 고백)으로 오늘도 우리 밥상머리는 이어지니께...
"엄마! 우리 태어날 때, 엄마 나이 몇살이었어요?"
"서른 한 살... 야... 그리고보니 엄마도 그렇게 젊은 나이가 있었구나. 지금이 39살이니까... 그래도 그때 우리 신이, 단이 태어날 때는 엄마 나이가 많다고들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아주 꽃다운 나이었네 ^^ 그러고보면 사람은 지금 나이가 자기 일생에서 가장 젊다고 여기며 살아야 되겠고만이라. 왜냐하면 50이 되어서 지금을 돌이켜보면 또 완전히 어린 아이같은 나이로 추억이 될 것잉께... 왠지 허탄하네..."
"그럼, 그럼... 그러니까 나도 내가 맨날 맨날 청춘인 것처럼 착각하먼선 행복하게 살고 있잖여? 이때 행복이라는 것은 말이지 '젊어서' 행복이라는 의미가 아니고, '이 세상사람이 아니라는데서' 오는 행복이여. 성도는 언제나 '지금'이여. 과거니, 미래니 의미없는 소리제... 청춘아! 돌려다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 다 불필요한 발상여. "
자기의 질문하나로 상대방의 독백이 이어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 상관없이 어느새 양치질까지 마치고 나온 신이가 또 서두르는 시간이다.
"엄마! 내 옷!"
"여기 있잖아..."
"어? 내 바지 색깔이 어째 이래요?"
"음- 내가 변화시겨 버렸다."
"왜? 어떻게?"
"엉덩이 부분이 유한낙스가 닿아서 색깔이 이상하게 돼버렸어. 그래서 전체를 똑같은 색으로 바꿔버린거야. 그냥 버리자니 너무 아깝고..."
"에이... 난 원래 베이지 색깔이 좋은데... 이것봐.. 이거 이상하잖아요! 색깔이 뭐 이래?"
속으로 은근히, 투정부릴까봐 신경쓰인다. 만일 한마디만 더 해봐라...
은근한 갈등의 양상을 비집고 또한번 끼여드는 사람이 있다. 참 다행이지만...
"어디, 뭐 땀시 또 그러냐?"
"이거, 바지 색깔이 맘에 안드나봐..."
"신이야, 아빠가 옆에서 들었는디 엄마가 맞다. 해주시는 이, 만들어주시는 이, 바꿔주시는이가 맞는 것이여"
"그래두요, 이것 봐요. 이상하잖아..."
"우리 예수님이 완전히 새로운 피조물로 만들어버리셨다는 거 아니냐? 주님의 세계에서 옛것은 필요없다. 아주 좋네그려. 신이야, 그냥 입어라.
"에이, 그래도 난 원래 색깔이 더 정들고 좋단 말이예요"
"그러겄지. 그려, 우리 육은 원래 육체의 소욕을 따르게 되어있거든. 그래도 새롭게 되었다고 말씀하시면 새롭게 된거다. 주인 맘대로여!"
^^^ 하하하, 참았던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러게 신이야. 오늘도 너는 네 질문에 실패했다. 그걸 아느냐?
치--- 엄마! 벌써 30분이야... 투닥투닥투닥투닥.......
"그런데, 여보, 어제 말했던 그 언어학자 말여, 생각났어. 제임스 바르여, 제임스 바르. 들어봤남?"
"아니요. 난 촘스키밖에 기억나는 사람이 없어요"
"아예 들어본적도 없다는거여? 알았는디 기억이 안난다는거여?"
"아예 몰랐던 사람이예요"
"그려 그려, 어제는 아는 것처럼 하고선... 그러게 이 예수믿는다는 사람들이 말여, 예수도 안믿으면서 꼭 믿는 사람처럼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지. 원래 믿음을 모르면선, 꼭 알지만 기억이 안나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이 말여... 이것이 문제여!! "
"여보! 저기 단이, 단이 좀 도와주세요. 통학버스 놓치겠네..."
아유---! 내가 참말로 애들땜에 바쁜게 아니랑께......(*)
'오용익'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책상머리에 붙여놓고 싶은 이야기. (0) | 2017.09.02 |
---|---|
[스크랩] 무안편지 7 (아내없는 가을은 바람빠진 가을-- 2004. 9.9. 용익 씀) (0) | 2013.10.03 |
[스크랩] “막 사세요.” (0) | 2013.09.01 |
우리교회에서 설교하고 나서(요용익)070325 (0) | 2013.07.24 |
이어지는 글061218 (0) | 2013.05.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