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공동번역)
다윗이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다
1. 사울이 죽은 뒤였다. 다윗이 아말렉 군을 쳐부수고 시글락에 돌아와서 이틀을 묵고,
2. 사흘째 되던 날, 사울 진영의 한 사람이, 옷이 찢기고, 머리는 흙투성이가 된 채 찾아왔다. 그가 다윗 앞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절을 하자,
3. 다윗이 물었다. "너는 어디에서 온 사람이냐?" "저는 이스라엘 진영에서 가까스로 살아 남아 온 자입니다." 하고 그가 대답하자
4. 다윗은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어서 말하라고 다그쳤다. "이스라엘 군은 싸움터에서 많은 전사자를 내고 다 도망쳤습니다. 사울과 요나단 부자도 전사했습니다." 하고 그가 대답하였다.
5. 이 말을 듣고, 다윗은 소식을 전해 준 그 젊은이에게 사울과 요나단 부자가 전사한 사실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다.
6. 젊은이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저는 길보아 산에 올라갔다가 사울이 창으로 몸을 버티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적의 병거와 기병대가 뒤쫓고 있었습니다.
7. 사울은 뒤돌아보고 제가 있는 것을 알고는 저를 불렀습니다. 제가 왜 그러시느냐고 대답했더니,
8. 저더러 누구냐고 물으셨습니다. 제가 아말렉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9. 저더러 어서 와서 죽여달라고 하셨습니다. 목숨만 붙어 있을 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10. 제가 보기에도 다시 일어나 사실 것 같지 않아 다가가서 그의 목숨을 끊어드렸습니다. 그리고 머리에 썼던 왕관과 팔에 끼었던 팔찌를 벗겨서 이렇게 가지고 왔습니다."
11. 이 말을 듣고 다윗은 자기 옷을 잡아 찢었다. 부하들도 자기들의 옷을 잡아 찢었다.
12. 그리고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 야훼의 백성, 이스라엘 가문이 칼에 맞아 쓰러진 것을 슬퍼하여 해 질 때까지 통곡하며 단식하였다.
13. 그리고 나서 다윗은 소식을 전해 준 젊은이에게 "너는 어디 사람이냐?" 하고 물었다. 그가 이스라엘에 몸붙여 사는 아말렉 이세라고 대답하자,
14. 다윗은 "네놈이 어쩌자고 겁도 없이 손을 대어 야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이를 살해했단 말이냐?" 하고 꾸짖고 나서
15. 부하 한 사람을 불렀다. "저놈을 쳐죽여라." 하고 다윗이 명령하자 부하가 그를 쳐죽였다.
16. 다윗은 그를 두고 이렇게 선언하였다. "너는 네 입으로 야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이를 죽였다고 증언했다. 그러니 네가 죽는 것은 네 탓이다."
17. 다윗은 사울과 그의 아들 요나단의 죽음을 슬퍼하여 조가를 지어
18. 유다 사람들에게 가르치게 하였다. 이 노래는 야살서에 기록되어 있다.
19. 너 이스라엘의 영광이 산 위에서 죽었구나. 아, 용사들은 쓰러졌구나.
20. 이 소문을 갓에 알리지 말라. 아스클론 거리에 퍼뜨리지 말라. 불레셋 계집들이 좋아하고, 오랑캐 계집들이 좋아 날뛸라.
21. 길보아 산악에는 비도 이슬도 내리지 아니하고, 소나기도 쏟아지지 아니하리라. 거기서 용사들의 방패는 더러워졌고, 사울의 방패는 기름칠도 않은 채 버려졌구나.
22. 요나단이 한번 활을 쏘면 사람들은 피를 쏟으며 쓰러졌고, 그 살에는 적군 용사들의 기름기가 묻고야 말았는데. 사울이 한번 칼을 휘두르면 사람들은 피를 쏟으며 쓰러졌고, 그 칼에는 적군 용사들의 기름기가 묻고야 말았는데.
23. 사울과 요나단은 살았을 때 그렇게도 정이 두텁더니, 죽을 때도 갈라지지 않았구나. 독수리보다도 날쌔고, 사자보다도 힘이 세더니.
24. 이스라엘의 딸들아, 주홍색 옷을 입혀주고 그 옷에 금장식을 달아주던 사울을 생각하고 통곡하여라.
25. 아, 용사들이 싸움터에 쓰러졌구나. 요나단이 산 위에서 죽었구나.
26. 나의 형, 요나단, 형 생각에 나는 가슴이 미어지오. 형은 나를 즐겁게 해주더니. 형의 그 남다른 사랑, 어느 여인의 사랑도 따를 수 없었는데.
27. 아, 용사들은 쓰러지고, 무기는 사라졌구나.
2장
다윗이 유다의 왕이 되다
1. 이런 일이 있은 뒤, 다윗이 야훼께 여쭈었다. "유다 지방에 올라가 어느 성읍에 자리를 잡아도 되겠습니까?" 야훼께서 올라가라고 하시자 다윗이 다시 여쭈었다. "어디로 올라가면 좋겠습니까?" "헤브론으로 올라가거라."
2. 이 말씀을 듣고 다윗은 이즈르엘 여자 아히노암과 가르멜 사람 나발의 아내였던 아비가일, 두 아내를 데리고 헤브론으로 갔다.
3. 다윗은 부하들의 가족까지도 모두 데리고 올라가 헤브론에 있는 여러 성에 흩어져 살게 하였다.
4. 이 때, 유다 사람들이 그리로 찾아와 다윗에게 기름을 붓고 그를 유다 왕으로 삼았다. 다윗은 야베스 길르앗 사람들이 사울의 장례를 치렀다는 말을 듣고
5. 야베스 길르앗 주민들에게 전갈을 보냈다. "그대들이 상전 사울의 장례를 치러 충성을 보였으니 야훼께서 복을 내리시기를 바라오.
6. 이제 야훼께서는 그대들에게 틀림없이 은덕을 베푸실 것이오. 그대들이 이런 일을 했으니, 나도 그대들에게 잘해 주겠소.
7. 그대들의 상전 사울은 세상을 떠났고, 유다 가문은 나에게 기름을 부어 왕으로 삼았소. 그러니 낙심말고 힘들을 내시오."
8. 한편, 넬의 아들 아브넬은 사울의 사령관이었는데, 그는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을 모시고 마하나임으로 건너가서
9. 길르앗, 아술, 이즈르엘, 에브라임, 베냐민 등,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다.
10.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은 이스라엘 왕위에 오를 때 사십 세였다. 그는 이 년밖에 왕노릇 하지 못하였다. 한편, 유다 가문은 다윗을 따랐는데,
11. 그는 헤브론에서 칠 년 반 동안 유다 가문의 왕노릇을 했다.
12. 어느 날, 넬의 아들 아브넬이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마하나임에서 기브온으로 왔다.
13. 스루야의 아들 요압도 다윗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기브온 못 가로 나가 서로 맞붙게 되었다. 한 편은 못 이 쪽에, 다른 한 편은 못 저 쪽에 진을 쳤다.
14. 아브넬이 요압에게 말을 건넸다. "젊은 군인들을 뽑아 이 자리에서 겨루게 하면 어떤가?" 요압도 그렇게 하자고 응했다.
15. 이윽고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 편인 베냐민 가문에서 열두 사람, 다윗의 부하 가운데서 열두 사람이 나섰다.
16.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머리를 그러쥐고 칼로 옆구리를 찔러 양편이 모두 쓰러져 죽었다. 그래서 기브온에 있는 그 곳을 "옆구리 벌판"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17. 그 날 격전이 벌어졌다. 아브넬이 거느린 이스라엘 편은 다윗의 부하들에게 패하고 말았다.
18. 거기에는 스루야의 세 아들, 요압과 아비새와 아사헬이 있었는데, 아사헬은 달음박질이 들사슴처럼 빨랐다.
19. 그는 한눈 한 번 팔지 않고 아브넬의 뒤를 곧장 쫓았다.
20. 아브넬이 뒤를 돌아보며 "아사헬, 너였구나." 하고 말했다. "그렇다." 아사헬이 말을 받자,
21. 아브넬이 "네 좌우에 있는 젊은 놈이나 하나 잡아서 갑옷이라도 빼앗아라." 하고 말했다. 그래도 아사헬이 들은 체도 않고 따라붙자,
22. 아브넬이 타일렀다. "내 뒤는 그만 쫓고 물러가라! 너를 쳐서 쓰러뜨리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되면 네 형 요압을 볼 낯이 없지 않겠느냐?"
23. 그래도 아사헬이 물러서려고 하지 않자 아브넬은 창 끝으로 아사헬의 배를 찔렀다. 창이 아사헬의 등을 뚫고 나가 그는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다른 사람들도 아사헬이 쓰러져 죽은 곳까지 와서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그러나
24. 요압과 아비새만은 아브넬을 계속 쫓았다. 그들이 기브온 사막으로 가는 길가에 있는 기아 맞은편 암마 언덕에 다다랐을 때 날이 저물었다.
25. 한편, 아브넬을 따라온 베냐민 사람들은 언덕 위에서 그를 둘러싸고 한데 뭉쳐서 버티었다.
26. 아브넬이 요압 쪽에 대고 소리쳤다. "언제까지 피를 보아야 하겠느냐? 이러다가는 마침내 끔찍한 일이 일어날 줄을 모르느냐? 너는 군사들에게 동족을 그만 추격하고 돌아가라는 명령을 끝내 내리지 않을 셈이냐?"
27. "네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너희가 아무리 동족이라 해도 우리 군사들이 내일 아침까지는 천하 없어도 너를 따라잡았을 것이다."
28. 이렇게 말하고 나서 요압은 나팔을 불어 추격을 멈추고, 더 이상 이스라엘 군을 쫓아가며 치지 않았다.
29. 아브넬은 부하들을 이끌고 밤을 새우며 아라바를 지나 요르단 강을 건너고 아침 나절에도 내내 걸어서 가까스로 마하나임에 다다랐다.
30. 요압이 아브넬 추격을 그만두고 돌아와서 군사들을 모아보니 아사헬과 다윗의 신하 열아홉이 없어졌다.
31. 다윗의 부하들 손에 죽은 아브넬 수하 베냐민 군은 삼백육십 명이나 되었다.
32. 군사들은 아사헬을 베들레헴에 있는 조상의 무덤에 안장하였다. 요압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밤새 걸어서 동 틀 무렵에 헤브론에 다다랐다.
3장
총사령관 아브넬이 죽다
1. 사울왕실과 다윗 왕실 사이의 싸움은 오래 계속되었다. 다윗은 갈수록 강해졌고 사울 왕실은 갈수록 약해졌다.
2. 다윗이헤브론에서 낳은 아들은 다음과 같다. ⓐ이즈르엘 여자아히노암에게서맏아들암논을 낳았고,
3. ⓑ가르멜사람나발의아내였던아비가일에게서 둘째 아들 길랍을 낳았고,ⓒ그술왕 탈매의 딸마아가에게서 셋째 아들 압살롬을 낳았고,
4. ⓓ하낏에게서 넷째 아들아도니야를 낳았고, ⓔ아비탈에게서 다섯째 아들 스바티야를 낳았고,
5. ⓕ애처에글라에게서 여섯째 아들이드르암을 낳았다. 이상은 다윗이헤브론에서 낳은 아들들이다.
6. 사울왕실과 다윗 왕실 사이에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아브넬은 사울 왕실에서 차츰세력을 굳혀갔다.
7. 사울에게 아야의 딸리스바라는후궁이 있었는데,아브넬이 그를 범하였다.이스보셋이 왜 자기아버지의 후궁을 범했느냐고 꾸짖자
8. 아브넬은 몹시 화를 냈다. "나를 개대가리로 아시오? 이 날까지 나는 당신의 선친사울의 왕실과 그 동기간과 동지들에게충성을 바쳐 당신을 다윗의 손에 넘기지 않고 있는데, 당신은 오늘 하찮은 여자 일로 나를 책잡으시오?
9. 나는야훼께서 다윗에게 다짐해 주신 일이나 이루어야겠소.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이아브넬은 어떤 천벌이라도 달게 받을 것이오.
10. 이 나라사울왕실을 다윗에게 넘겨주는 도리밖에 없소. 단에서브엘세바에까지 이르는 유다와이스라엘을 다스리도록 다윗을 왕으로 받드는 도리밖에 없소."
11. 이스보셋은 겁이 나서아브넬에게 아무 말도 못하였다.
12. 아브넬이 다윗에게사람을 보내어 제안했다. "이 나라가 내 것이 아니고 누구의 것입니까? 그러니, 나와 계약을 맺읍시다. 나는 당신을 도와 온이스라엘이 당신에게 돌아가게 하겠습니다."
13. "좋소. 그 말대로 밀약을 맺읍시다." 하며 다윗은 조건을 내놓았다. "그 대신 조건이 하나 있소. 나를 만나러 오는 길에 사울 왕의 딸미갈을 데려오시오. 미갈을 데려오지 않고서는 나를 볼 생각을 마시오."
14. 한편 다윗은사울의 아들이스보셋에게 사절을 보내어 "내아내미갈을 돌려주시오. 미갈은 내가 불레셋사람의 남근 백 개를 바치고 얻은 사람이오." 하고 청하였다.
15. 이스보셋이사람을 보내어라이스의 아들 발티엘에게서미갈을 빼앗아 오는데,
16. 그의 남편은바후림까지 울면서 따라오다가아브넬이 돌아가라고 하자 하는 수 없이 돌아갔다.
17. 아브넬이이스라엘의 장로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이 전부터 여러 차례 다윗을 왕으로 모시자고 하였으니
18. 이제 그대로들 하십시오.야훼께서 '내 종 다윗의 손으로 내 백성이스라엘을 불레셋뿐만 아니라 모든 원수의 손아귀에서 건져내리라.' 하시지 않았습니까?"
19. 아브넬은베냐민 지파에게도 같은 말을 전한 다음,이스라엘과 베냐민 가문이 다 좋게 여긴다는 것을 다윗에게 알리려고헤브론으로 떠났다.
20. 아브넬이 부하 이십 명을 거느리고헤브론으로 다윗을 찾아가자, 다윗은 아브넬 일행을 맞아잔치를 베풀었다.
21. 그 자리에서아브넬은 다윗에게 이렇게 제의했다. "제가 돌아가서 온이스라엘을 불러모아 임금님과 조약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임금님께서는 이 온 지역을 뜻대로 다스리십시오." 다윗은 아브넬을 고이 보냈다.
22. 마침, 다윗의 부하들을 거느리고 전장에 나갔던 요압이 많은 전리품을 거두어가지고 돌아왔다. 그 때아브넬은 다윗과 함께헤브론에 있지 않았다. 다윗이 이미 아브넬을 고이 보낸 뒤였던 것이다.
23. 군사들을 이끌고 돌아온 요압은, 넬의 아들아브넬이 왕을 찾아왔었는데 왕이 그를 고이 보냈다는 말을 듣고,
24. 왕에게 나아가 항의했다. "아브넬이 임금님께 왔었는데 그자를 그대로 보내시다니, 어찌 그러실 수가 있습니까?
25. 임금님께서는 넬의 아들아브넬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자는 임금님을 속이고 임금님의 동정을 살피러 왔던 것입니다. 임금님께서 하시는 일을 샅샅이 살피러 왔던 것입니다."
26. 요압은 다윗 앞을 물러나와 사람들을 보내어아브넬의 뒤를 쫓게 하였다. 그들은시라우물가에서 아브넬을 사로잡아 데리고 돌아왔다. 그러나 다윗은 그런 사정을 몰랐다.
27. 아브넬이헤브론으로 끌려오자 요압은 단둘이서 할 이야기라도 있는 듯이 속여 아브넬을 성문 한 옆으로 데리고 가서 배를 찔러 죽였다. 자기 동생아사헬의 복수를 한 것이다.
28. 다윗은 그 뒤에야 이 일을 알고 말했다. "넬의 아들아브넬이 피를 흘리고 죽었으나, 나와 내 나라는 영원히야훼께 죄받을 일이 없다.
29. 그 죄는 요압의 머리와 그 가문에 돌아갈 것이다. 그 집안에는 성병환자, 문둥이, 물레질이나 할 자, 칼에 맞아 죽거나 굶어 죽을 자가 끊이지 아니하리라."
30. 요압과아비새형제가아브넬을 죽인 것은 아브넬이 저희 동생아사헬을기브온전투에서 죽였기 때문이었다.
31. 다윗은 요압과 그가 거느린 전군에 영을 내렸다. "옷을 찢고 굵은 베 옷을 허리에 두르고아브넬의상여를 앞서가며 곡하라." 그리고 다윗왕도몸소 상여 뒤를 따랐다.
32. 아브넬을헤브론에 장사한 다음, 다윗 왕이 아브넬의 무덤 앞에서 목놓아 울자 군인들도 모두 따라 곡을 했다.
33. 왕은아브넬의 죽음을 슬퍼하여 조가를 지었다. 아브넬이 어이없이 개죽음을 당하다니!
34. 손이 묶이지도 않았고, 발에 쇠고랑을 차지도 않았는데, 불한당에게 맞아 쓰러지듯 죽었구나! 온 군인들은 다시 그를 생각하며 곡을 했다.
35. 사람들은 다윗 앞에 나아가 요기라도 좀 하시라고 권하였다. 아직 해가 지기 전이었다. 다윗은 "해 지기 전에 음식을 입에 댄다면 어떤 천벌이라도 달게 받겠다." 하고맹세하였다.
36. 이것을 보고 군사들은 모두 흐뭇하게 여겼다. 왕이 하는 일은 모두 좋게 보였던 것이다.
37. 그제야 비로소 모든 군사들과 온이스라엘은 왕이사람을 시켜 넬의 아들아브넬을 죽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8. 왕이 신하들에게 일렀다. "그대들도 알다시피 오늘이스라엘의 위대한 장군이 죽었소.
39. 스루야의 아들들이 너무 억세어서 나에게는 힘에 겹소. 이처럼 무력해서야 내가 어찌 왕노릇을 하겠소?야훼께서 그런 나쁜 짓을 한 자들에게 그만한 벌을 내리시기를 바랄 뿐이오."
4장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죽다
1.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은 아브넬이 헤브론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맥이 풀렸다. 온 이스라엘도 갈팡질팡하였다.
2.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 수하에는 특공대 대장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바아나요, 또 하나는 레갑이었다. 둘 다 베냐민 족속이며 브에롯 사람인 림몬의 아들이었다. 브에롯도 베냐민 가문에 속한 것으로 쳐주고 있었다.
3. 브에롯 사람들은 기따임으로 난을 피해 갔다가 오늘날까지 거기에 머물러 살고 있다.
4. 사울의 아들 요나단에게는 다리를 저는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가 다섯 살 때, 이즈르엘에서 사울과 요나단이 죽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모가 그를 안고 허둥지둥 도망치다가 떨어뜨리는 바람에 다리를 절게 되었던 것이다. 그의 이름은 므비보셋이었다.
5. 브에롯 사람 림몬의 두 아들 레갑과 바아나가 한낮에 이스보셋 왕궁을 찾아갔다. 때마침 이스보셋은 낮잠을 자고 있었다.
6. 레갑 형제는 밀을 가지러 온 것처럼 꾸미고 궁으로 들어가서 이스보셋의 배를 찌르고 달아났다.
7. 둘은 궁에 들어가서 이스보셋이 침대에 누워 자는 것을 보고 그를 죽인 다음 목을 베어가지고 밤새 아라바 길을 걸어
8. 헤브론으로 갔다. 그들은 다윗 왕에게 이스보셋의 머리를 바치며 아뢰었다. "임금님의 목숨을 해치려던 원수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의 머리가 여기 있습니다. 야훼께서 오늘 임금님의 원수를 갚으시어 사울 부자에게 벌을 내리셨습니다."
9. 그러자 다윗은 브에롯 사람 림몬의 아들 레갑과 바아나 형제에게 말하였다. "사지에 빠졌을 때마다 내 목숨을 건져주신 야훼 앞에서 맹세한다.
10. 전에도 희소식이나 되는 줄 알고 사울의 죽음을 전해 주던 자가 있었다. 그 때 나는 그 소식을 가져온 대가로 그자를 잡아 시글락에서 처형하였다.
11. 그런데 너희 고약한 놈들은 집에서 잠자리에 누워 자고 있는 무고한 사람을 죽였으니 내가 그대로 둘 성싶으냐? 나 이제 너희 둘을 죽여 그의 원한을 풀어주리라. 너희 같은 자들을 이 땅에서 씨도 남기지 않으리라."
12. 그리고 다윗은 호위병에게 명령하여 둘을 죽이고 그 손과 발을 잘라 헤브론 못 가에 매달게 하였다. 그리고 이스보셋의 머리를 거두어 헤브론에 있는 아브넬의 무덤에 장사지냈다.
5장
다윗이 통일국가의 왕이 되다
1. 이스라엘 여러 족속이 모두 헤브론으로 다윗을 찾아와 아뢰었다. "우리는 임금님과 한 골육입니다.
2. 전에 사울이 우리의 왕이었을 때에도 우리 이스라엘을 거느리고 출전하신 것은 임금님이었습니다. 야훼께서도 임금님께 '너는 내 백성 이스라엘의 목자로서 이스라엘의 영도자가 되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3. 이리하여 다윗 왕은 헤브론으로 찾아온 이스라엘의 모든 장로들을 맞아 야훼 앞에서 조약을 맺었고, 그들은 다윗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았다.
4. 다윗은 나이 삼십에 왕위에 올라 사십 년을 다스렸다.
5. 헤브론에서 칠 년 육 개월 동안 유다를 다스렸고, 예루살렘에서는 삼십삼 년 동안 온 이스라엘과 유다를 다스렸다.
6. 다윗 왕이 부하를 거느리고 예루살렘을 치러 가자, 거기 사는 여부스인들이 다윗에게 빈정거렸다. "너 같은 것이 이리로 쳐들어오다니, 어림도 없다. 소경이나 절름발이도 너쯤은 쫓아낼 수 있다." 그들은 다윗이 감히 쳐들어오지는 못하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7. 그러나 다윗은 그 견고한 시온 성을 점령하였다. 그리하여 이것이 다윗의 도성이 되었다.
8. 그 날, 다윗은 이런 명령을 내렸다. "누가 여부스인을 치려느냐? 물을 길어 올리는 바위벽을 타고 올라가 절름발이와 소경들을 쳐라. 이 다윗은 그자들이 사무치게 밉다." 이리하여 소경과 절름발이는 왕궁에 들어가지 못하게 되었다.
9. 다윗은 그 견고한 성에서 살며 그 성을 다윗의 도성이라고 불렀다. 그는 밀로의 안쪽으로 다시 성곽을 둘러 쌓았다.
10. 만군의 하느님 야훼께서 다윗과 함께 계시므로, 그의 세력은 날로 뻗어갔다.
11. 띠로 왕 히람은 다윗에게 사절단을 보내며 송백 재목과 함께 목수와 석수를 딸려 보내어 다윗의 궁을 짓게 하였다.
12. 다윗은 야훼께서 자기를 이스라엘 왕으로 튼튼히 세우시고 자기의 왕권을 떨치게 하신 것은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을 잘되게 하시려는 데 그 뜻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3. 다윗은 헤브론에서 예루살렘으로 자리를 옮긴 뒤 후궁들을 더 얻어 아들딸을 많이 낳았다.
14. 그가 예루살렘에서 낳은 아들들의 이름은 ①삼무아, ②소밥, ③나단, ④솔로몬,
15. ⑤이브할, ⑥엘리수아, ⑦네벡, ⑧야비아,
16. ⑨엘리사마, ⑩엘리아다, ⑪엘리벨렛이었다.
17. 이스라엘이 다윗에게 기름 부어 왕으로 모셨다는 말을 듣고 불레셋 군은 다윗을 잡으려고 쳐 올라왔다. 다윗이 이 소식을 듣고 요새로 내려갔을 때
18. 불레셋 군은 이미 르바임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19. 다윗이 야훼께 물었다. "불레셋 군을 쳐 올라가도 되겠습니까? 야훼께서는 그들을 제 손에 넘겨주시겠습니까?" 야훼께서 다윗에게 대답하셨다. "쳐 올라가라. 내가 기어이 불레셋 군을 네 손에 넘겨주리라." 다윗은 야훼의 응낙을 받고
20. 바알브라심으로 가서 그들을 쳐부수었다. 그리고 그는 "물이 둑을 무너뜨리듯 야훼께서 원수를 내 앞에서 무너뜨리셨다."고 하여 그 곳을 바알브라심이라 불렀다.
21. 다윗은 불레셋 군이 그 곳에 버리고 간 우상들을 부하들과 함께 말끔히 치웠다.
22. 불레셋 군이 다시 쳐 올라와 르바임 골짜기를 메웠다.
23. 다윗이 야훼께 물으니 야훼께서 이렇게 일러주셨다. "곧장 올라가지 말고 적의 뒤로 돌아가 바카 향나무 맞은편에서 습격하여라.
24. 그 바카나무 숲 위에서 발소리가 나거든 곧 진격하여라. 나 야훼가 앞장서서 불레셋 군을 치러 나가는 것이다."
25. 이리하여 다윗은 야훼의 명령을 따라 불레셋 군을 기브온에서 게젤까지 쫓아가며 무찔렀다.
6장
법궤를 예루살렘으로 모셔 오다
1. 다윗은 이스라엘에서 정병 삼만 명을 소집했다.
2. 다윗은 이 전군을 거느리고 유다 바알라에 가서 하느님의 궤를 옮겨오려는 것이었다. 그 궤는 거룹을 타고 계시는 만군의 야훼의 이름으로 불리는 궤였다.
3. 그들이 언덕 위에 있는 아비나답의 집에서 하느님의 궤를 새 수레에 싣고 나올 때, 아비나답의 아들 우짜와 아효가 그 새 수레를 몰았다.
4. 우짜는 궤 옆에서 따르고, 아효는 궤 앞에서 인도했다.
5. 다윗과 온 이스라엘 백성은 수금과 거문고를 뜯고 소구와 땡땡이와 바라를 치면서 마음껏 노래부르며 춤을 추었다.
6. 그들이 나곤이라는 사람의 타작 마당을 지날 때였다. 소가 뛰는 바람에 하느님의 궤가 떨어지려고 하자 우짜가 손을 대어 붙들었는데
7. 야훼 하느님께서 우짜의 잘못을 보시고 진노하여 그를 치셨다. 우짜는 하느님의 궤 옆에서 죽었다.
8. 다윗은 야훼께서 우짜를 치신 일이 몹시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그 곳을 베레스우짜라 불렀는데, 그 이름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9. 다윗은 그 날, 야훼가 너무 두려워, "이래서야 어찌 야훼의 궤를 모실 것인가!" 하였다.
10. 그래서 다윗은 야훼의 궤를 자기 도성으로 맞아들이려 하지 않고 갓 사람 오베데돔의 집으로 옮겨 모셨다.
11. 야훼의 궤를 오베데돔의 집에 모셔둔 석 달 동안, 야훼께서는 오베데돔과 그 집안 식구에게 복을 내려주셨다.
12. 오베데돔의 집에 하느님의 궤를 모셔두었기 때문에 야훼께서 그 집 식구들과 모든 재산에 복을 내려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다윗 왕은 너무나도 기뻐 하느님의 궤를 오베데돔의 집에서 자기 도성으로 모시고 올라왔다.
13. 야훼의 궤를 멘 사람들이 여섯 걸음을 옮긴 다음 다윗은 살진 황소를 잡아 바쳤다.
14. 그리고 다윗은 모시 에봇을 입고 야훼 앞에서 덩실거리며 춤을 추었다.
15. 다윗은 온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나팔을 불고 함성을 지르며 야훼의 궤를 모시고 올라왔다.
16. 야훼의 궤가 다윗의 도성에 들어올 때 다윗 왕이 야훼 앞에서 덩실 덩실 춤추는 것을 사울의 딸 미갈이 창으로 내려다보고는 속으로 비웃었다.
17. 다윗은 미리 성막을 쳐서 마련해 놓은 자리에 야훼의 궤를 모셔놓고 야훼께 번제와 친교제를 드렸다.
18. 이렇게 번제와 친교제를 드린 다음 다윗은 만군의 야훼의 이름으로 백성들에게 복을 빌어주었다.
19. 그리고 모여든 온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남녀를 가리지 않고 떡 한 개, 마른 대추야자 한 뭉치, 건포도떡 한 개씩을 나누어주었다. 백성들은 모두 이것을 받아가지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20. 다윗이 자기 식구들에게 복을 빌어주려고 돌아오자 사울의 딸 미갈이 나가 다윗을 맞으며 말하였다. "오늘 이스라엘의 임금으로서 체통이 참 볼만하더군요. 건달처럼 신하들의 여편네들 보는 앞에서 몸을 온통 드러내시다니."
21. 다윗이 미갈에게 대답하였다. "야훼께서는 그대 아버지와 그대 집안을 다 제쳐놓으시고 나를 택하여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워주셨소. 나는 그 야훼 앞에서 춤을 추었소. 나는 앞으로도 야훼 앞에서 춤출 것이며
22. 이번보다도 더 경망히 굴 것이오. 그대는 천하게 보겠지만 지금 말한 그 여편네들은 나를 더욱 우러를 것이오."
23. 그 뒤 사울의 딸 미갈은 죽는 날까지 자식을 낳지 못했다.
7장
나단의 예언
1. 야훼께서 사면의 원수를 다 물리쳐주셨으므로 다윗 왕은 궁에서 마음놓고 살게 되었다.
2. 그렇게 되자 왕은 예언자 나단에게 말하였다. "내 말을 들으시오. 나는 이렇게 송백으로 지은 궁에서 사는데, 하느님의 궤는 아직도 휘장 안에 모셔둔 채 그대로 있소."
3. 나단이 왕에게 아뢰었다. "야훼께서 함께 계시니 무엇이든지 뜻대로 하십시오."
4. 그 날 밤, 야훼의 말씀이 나단에게 내렸다.
5. "너는 나의 종 다윗에게 가서 나 야훼의 말이라 하고 이렇게 일러라. '내가 살 집을 네가 짓겠다는 말이냐?
6. 나는 이스라엘 자손을 이집트에서 이끌어내던 때부터 지금까지 천막을 치고 옮겨 다녔고, 집 안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7. 내가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여기 저기 옮겨 다니는 동안, 내 백성 이스라엘을 맡겨 보살피게 한 어느 영웅에게 어찌하여 나의 집을 송백으로 지어주지 않느냐고 말한 적이 있었더냐?'
8. 너는 이제 나의 종 다윗에게 만군의 야훼의 말이라 하며 이렇게 일러주어라. '나는 양떼를 따라다니던 너를 목장에서 데려내다가 내 백성 이스라엘의 영도자로 삼았다.
9. 그리고 나는 네가 어디를 가든지 너와 함께 있으면서 모든 원수들을 네 앞에서 쳐 없애버렸다. 세상에서 이름난 어떤 위인 못지않게 네 이름을 떨치게 해주리라.
10. 또 나는 내 백성 이스라엘이 머무를 곳을 정해 주어 그 곳에 뿌리를 박고 전처럼 악한들에게 억압당하는 일이 없이 안심하고 살게 하리라.
11. 지난날 내가 위정자들을 시켜 내 백성 이스라엘을 다스리게 하던 때와는 달리 너희를 모든 원수에게서 구해 내어 평안하게 하리라. 나 야훼가 한 왕조를 일으켜 너희를 위대하게 만들어주리라.
12. 네가 살 만큼 다 살고 조상들 옆에 누워 잠든 다음, 네 몸에서 난 자식 하나를 후계자로 삼을 터이니 그가 국권을 튼튼히 하고
13. 나에게 집을 지어 바쳐 나의 이름을 빛낼 것이며, 나는 그의 나라를 영원히 든든하게 다지리라.
14. 내가 친히 그의 아비가 되고 그는 내 아들이 되리라. 만일 그가 죄를 지으면 나는 사람이 제 자식을 매와 채찍으로 징계하듯 치리라.
15. 그러나 내가 일찍이 사울에게서 내 사랑을 거두었지만 그에게서도 그처럼 내 사랑을 거두지는 않으리라.
16. 네 왕조, 네 나라는 내 앞에서 길이 뻗어나갈 것이며 네 왕위는 영원히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17. 나단은 계시받은 대로 이 모든 말씀을 다윗에게 전하였다.
다윗의 기도
18. 이 말을 듣고 다윗 왕은 야훼 앞에 나아가 꿇어 앉아 아뢰었다. "야훼 나의 주님, 제가 무엇이며 제 집안이 무엇이기에 저를 이런 자리에까지 끌어올려 주셨습니까?
19. 야훼 나의 주님, 이것만도 분에 넘치는 일인데 훗날에 이 종의 집안에 있을 일까지 말씀해 주시고 알려주시니,
20. 고마운 마음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습니다. 야훼 나의 주님께서는 종 다윗의 심정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십니다.
21. 개만도 못한 이 종을 돌보시어 이처럼 크신 일을 하심으로써 소인을 알려지도록 하셨습니다.
22. 야훼 나의 주님은 진정 위대하십니다. 우리는 일찍이 하느님과 같은 분이 또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고, 다른 신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23. 세상에 고생하는 민족을 찾아가서 손수 건져내어 자기 백성으로 삼고 유명하게 만들어준 신이 또 어디 있습니까? 그런데 당신께서는 두렵고 놀라운 일을 하셔서 하느님의 백성을 이집트에서 건져내시고, 여러 민족을 그들이 섬기던 신과 함께 몰아내셨습니다.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 같은 민족이 천하에 어디 있겠습니까?
24. 하느님께서는 이 백성 이스라엘을 영원히 움직일 수 없는 하느님의 백성으로 삼으셨습니다. 그리고 야훼께서는 그들의 하느님이 되어주셨습니다.
25. 야훼 하느님, 이제 이 종과 종의 왕실을 두고 하신 말씀을 길이 변치 마시고 이루어주십시오.
26. 그러면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을 드높여 만군의 야훼는 이스라엘의 하느님이라 할 것입니다.
27. 만군의 야훼 이스라엘의 하느님, 하느님께서 친히 이 종의 왕실을 세워주시겠다고 밝히셨기에, 이 종은 감히 이렇게 기도를 드립니다.
28. 야훼 나의 주님, 주님이야말로 참 하느님이시며, 하시는 말씀에 거짓이 없으십니다. 하느님께서 이 종에게 이토록 좋은 말씀을 내려주셨으니,
29. 부디 종의 왕실에 복을 내려주시어 하느님 앞에 영원히 서게 해주십시오. 야훼 나의 주님, 주님의 말씀대로 이 종의 왕실은 복을 길이 받아 누리겠습니다."
8장
다윗의 전쟁 기록
1. 그 뒤 다윗은 불레셋을 쳐서 굴복시키고, 메덱암마를 불레셋 사람들에게서 빼앗았다.
2. 또 다윗은 모압을 쳐서 이기고 그 사람들을 땅에 엎드리게 한 다음 줄로 재어 두 줄 길이 안에 든 사람들은 죽이고, 한 줄 길이 안에 든 사람들은 살려두게 하였다. 이리하여 모압은 다윗에게 조공을 바치는 속국이 되었다.
3. 또 다윗은 르홉의 아들, 소바 왕 하다데젤이 세력을 되찾으려고 유프라테스 강으로 가는 것을 쳐서
4. 기병 천칠백과 보병 이만을 사로잡고, 병거도 백 대만 남기고 나머지는 못쓰게 만들었다.
5. 다마스쿠스의 아람인들이 소바 왕 하다데젤을 도우러 왔으나 다윗은 그 아람인들을 이만 이천 명이나 죽이고
6. 다마스쿠스에 주둔군을 두어 아람인들을 다스리게 하였다. 그리하여 아람인들도 다윗에게 조공을 바치는 속국민이 되었다. 이렇게 야훼께서는 다윗이 어디를 가든지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셨다.
7. 다윗은 하다데젤의 부하들이 몸에 걸고 다니던 금 장신구를 거두어 예루살렘으로 가져왔다.
8. 다윗은 또한 하다데젤이 차지하고 있던 베타와 베로대에서 놋쇠도 많이 빼앗아왔다.
9. 하맛 왕 도이는 다윗이 하다데젤의 전군을 무찔렀다는 소식을 듣고
10. 아들 하도람을 다윗 왕에게 보내어 문안하고 하다데젤을 쳐서 이긴 것을 축하하게 하였다. 도이는 하다데젤과 적대 관계에 있었던 것이다. 하도람은 금과 은과 놋으로 만든 기물들을 가지고 왔다.
11. 다윗 왕은 이것을 다른 나라들을 정복하고 가져온 금은과 함께 야훼께 성별하여 바쳤다.
12. 아람과 모압과 암몬 백성들과 불레셋과 아말렉에서 가져온 전리품에다 소바 왕 하다데젤한테서 가져온 전리품도 바쳤던 것이다.
13. 다윗은 돌아오는 길에 소금 골짜기에 사는 에돔 사람 만 팔천 명을 쳐죽여 이름을 떨치고,
14. 에돔에도 주둔군을 두었다. 그래서 온 에돔이 다윗의 속국이 되었다. 다윗이 어디를 가든지 야훼께서는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셨다.
15. 다윗은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서 백성을 공평 무사하게 다스렸다.
16. 군 총사령관에는 스루야의 아들 요압, 공보대신에는 아힐룻의 아들 여호사밧,
17. 사제 일은 아히툽의 아들 사독과 아히멜렉의 아들 에비아달, 비서 일은 스라야,
18. 그렛 외인부대와 벨렛 외인부대의 지휘관에는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 다윗의 아들들도 사제 일을 보았다.
9장
다윗이 요나단의 아들에게 호의를 베풀다
1. 다윗은 요나단을 생각해서 그 은혜를 갚고 싶은데 사울의 집안에 살아 남은 자가 하나도 없느냐고 물었다.
2. 마침 사울 가문을 섬겨오던 종이 하나 있었는데 이름은 시바였다. 사람들이 그를 불러 다윗에게 데리고 오자 왕은 "네가 시바냐?"하고 물었다. "그러하옵니다." 하고 그가 대답하자
3. 왕은 다시 물었다. "내가 하느님께 맹세한 대로 은혜를 갚아야 할 텐데, 사울의 집안에 아무도 남은 자가 없느냐?" 시바가 대답하였다. "다리를 저는 요나단의 아들 하나가 남아 있습니다."
4. 왕은 그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다. 시바는 그가 로드발에 있는 암미엘의 아들 마길의 집에 있다고 대답하였다.
5. 다윗은 사람을 로드발로 보내어 암미엘의 아들 마길의 집에서 그를 데려왔다.
6. 이리하여 사울의 손자이자 요나단의 아들인 므비보셋이 다윗 앞에 나오게 되었다. 그가 엎드려 절을 하자 다윗이 "그대가 므비보셋이오?" 하고 물었다. "예, 그러하옵니다." 하고 그가 대답하였다.
7. 다윗이 말하였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나는 그대의 선친 요나단에게 입은 은혜를 이제 그대에게 갚고자 하오. 그대의 조부인 사울이 부치던 밭을 모두 그대에게 돌려주겠소. 그리고 그대는 늘 나와 한 식탁에서 음식을 들도록 하오."
8. 므비보셋이 엎드려 절하며 말하였다. "이 죽은 개만도 못한 소인이 무엇이기에 이렇듯이 살펴주십니까?"
9. 왕은 사울의 시종 시바를 불러서 일렀다. "네 상전 사울의 유산과 그 집안 재산을 다 그의 유족인 이분에게 돌려주었다.
10. 그러니 너는 네 아들들과 종들을 거느리고 그 밭을 갈고 거두어들여 네 상전의 유족을 부양하도록 하여라. 네 상전의 유족 므비보셋은 늘 나와 한 식탁에서 음식을 들 것이다." 시바는 아들 열다섯에 종이 스물이나 있었다.
11. 시바는 무엇이든지 왕께서 분부하신 대로 다 하겠다고 아뢰었다. 므비보셋은 왕자들 사이에 끼여 다윗 왕과 한 식탁에서 음식을 먹었다.
12. 므비보셋에게는 미가라는 막내 아들이 있었다. 시바의 집에서 사는 자는 다 므비보셋의 종이 되었다.
13. 므비보셋은 늘 왕과 한 식탁에서 먹으며 예루살렘에서 살았다. 그는 두 다리를 다 절었다.
10장
다윗이 암몬과 아람을 치다
1. 그 뒤 암몬 왕이 죽고 그 아들 하눈이 왕위에 올랐다.
2. 이 말을 듣고 다윗은, "하눈의 아버지 나하스가 지난날 나에게 한결같이 잘해 주었으니 나도 그의 아들 하눈에게 은혜를 갚아주리라." 하면서 조문 사절단을 보냈다. 그런데 다윗의 사절단이 암몬 땅에 이르자,
3. 암몬의 지휘관들이 상전인 하눈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다윗이 선왕께 경의를 표하려고 조객을 보낸 것이 아닙니다. 다윗은 틀림없이 이 성을 함락시킬 속셈으로 염탐해 오라고 이 사절단을 보냈습니다."
4. 이 말에 하눈은 다윗의 사절들을 잡아 수염을 절반씩 깎아버리고 옷은 엉덩이가 드러나도록 절반씩 잘라 돌려보냈다.
5. 다윗은 이 소식을 듣고 너무 심한 수모라 생각하여 그들에게 수염이 자랄 때까지 예리고에 있다가 돌아오라고 전갈을 보냈다.
6. 암몬 사람들은 다윗의 미움을 산 줄 알고 사방으로 사람을 보내어 벳르홉 아람과 소바 아람 보병 이만을 비롯하여, 마아가 왕이 거느린 군대 천과 돕 군 만 이천을 고용하였다.
7. 이 소식을 듣고 다윗은 전 상비군을 요압에게 맡겨 내보냈다.
8. 암몬 군은 성문 앞에 나와 진을 치고 소바 아람 군과 르홉 아람 군과 돕과 마아가 군은 따로따로 들에 진을 쳤다.
9. 요압은 적이 앞뒤로 포진한 것을 보고 이스라엘의 전 정예부대 가운데서 날랜 군사들을 뽑아서 아람 군과 맞서게 하고,
10. 남은 군대는 동생 아비새에게 맡겨 암몬 군을 맞게 하였다.
11. 그리고 요압은 이렇게 일렀다. "만일 아람 군이 나보다 세거든 네가 와서 나를 도와다오. 암몬 군이 너보다 세면 내가 너를 도우러 가겠다.
12. 용기를 내어라. 우리 겨레와 우리 하느님의 성읍들을 위하여 용기를 내자. 뒷일은 야훼께 맡기자!"
13. 자기 부대를 거느리고 짓쳐 나가는 요압 앞에서 아람 군은 쫓겨 달아났다.
14. 아람 군이 달아나는 것을 보고 암몬 군도 아비새에게 쫓겨 성으로 들어가 버렸다. 요압은 암몬 군을 더 이상 공격하지 않고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15. 아람 군은 이스라엘에게 패하자 전 병력을 동원하였다.
16. 그리고 하다데젤은 사람을 보내어 유프라테스 강 건너편에 있는 아람인들을 출동시켜 헬람으로 진격해 왔다. 지휘관은 하다데젤의 사령관 소박이었다.
17. 이 정보를 듣고 다윗은 이스라엘의 전군을 소집하여 요르단 강을 건너 헬람으로 진격해 갔다. 아람 군은 진을 치고 다윗 군과 맞붙어 싸웠으나
18. 마침내 이스라엘 군에게 쫓겨 달아나고 말았다. 다윗은 아람 병거대 칠백 명과 기병대 사만 명을 무찌르고 적의 사령관 소박을 쳐죽였다.
19. 하다데젤에게 붙었던 모든 왕들은 아람 군이 이스라엘에게 패하는 것을 보고 이스라엘과 화친하고 이스라엘의 속국이 되었다. 아람 사람들은 혼이 나서 다시는 암몬 백성을 돕지 않았다.
11장
다윗이 우리야를 죽이고 바쎄바를 얻다
1. 해가 바뀌는 때가 왕들이 싸움을 일으키는 때였다. 그 때가 되자 다윗은 요압에게 자기 부하 장교들과 이스라엘 전군을 맡겨 내보냈다. 그들은 암몬을 무찌르고 마침내 라빠를 포위하였다. 그러나 다윗은 예루살렘에 남아 있었다.
2. 어느 날 저녁에 다윗은 침대에서 일어나 궁전 옥상을 거닐다가 목욕을 하고 있는 한 여인을 보게 되었다.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3. 다윗이 사령을 보내어 그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보게 하니, 사령은 돌아와서 그 여인은 엘리암의 딸 바쎄바인데 남편은 헷 사람 우리야라고 보고하였다.
4. 다윗은 사령을 보내어 그 여인을 데려다가 정을 통하고는 돌려 보냈다. 여인은 마침 부정을 씻고 몸이 정결한 때였다.
5. 바쎄바의 몸에 태기가 있게 되었다. 그래서 다윗에게 자기가 임신했다는 것을 알렸다.
6. 그러자 다윗은 요압에게 사람을 보내어 헷 사람 우리야를 자기에게 보내라고 하였다. 요압이 우리야를 다윗에게 보냈다.
7. 우리야가 당도하자 다윗은 요압과 병사들의 안부를 묻고 싸움터의 형편도 알아보고 나서
8. 집에 돌아가 푹 쉬라고 하였다. 우리야가 어전에서 물러나올 때 왕은 술상까지 딸려 보냈다.
9. 그러나 우리야는 집으로 가지 아니하고 대궐 문간에서 근위병들과 함께 잤다.
10. 다음날 다윗은 우리야가 집에 돌아가 자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 우리야에게 물었다. "그대는 먼 길에서 돌아온 몸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하여 집에 내려가 보지 않았는가?"
11. 우리야가 다윗에게 대답하였다. "온 이스라엘 군과 유다 군이 야영 중입니다. 법궤도 거기에 있습니다. 제 상관 요압 장군이나 임금님의 부하들도 들판에 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만 집에 가서 편히 쉬며 먹고 마시고 아내와 더불어 밤을 지내다니, 도저히 그렇게는 할 수 없습니다."
12. 다윗은 "그럼 오늘은 여기에서 지내도록 하오." 하며 우리야에게 내일은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말했다. 우리야는 그 날도 예루살렘에서 묵었다.
13. 다음날 다윗은 우리야를 불러들여 한 식탁에서 먹고 마시게 하여 그를 흠뻑 취하게 만들었다. 우리야는 그 날 저녁에도 어전에서 물러나와 집으로 돌아가지 아니하고 근위병들과 함께 잤다.
14. 날이 밝자 다윗은 요압 앞으로 편지를 써서 우리야에게 주어 보냈다.
15. 다윗은 그 편지에 이렇게 썼다. "우리야를 가장 전투가 심한 곳에 앞세워 내보내고 너희는 뒤로 물러나서 그를 맞아죽게 하여라."
16. 요압은 성을 지켜보고 있다가 강병이 지키고 있는 데를 알아내어 그 곳으로 우리야를 보냈다.
17. 그러자 그 성에서 적군이 나와 요압의 군대를 쳤다. 다윗의 부하들은 쓰러지고 헷 사람 우리야도 죽었다.
18. 요압은 다윗에게 전황을 보고할 전령을 보내면서
19. 이렇게 지시하였다. "이번 싸움의 보고를 드리면,
20. 왕께서 화를 내시며 '어쩌자고 그렇게까지 성에 가까이 쳐들어갔었느냐? 성벽에서 화살이 날아올 줄도 몰랐느냐?
21. 여룹베셋의 아들 아비멜렉이 누구의 손에 죽었느냐? 데베스 성벽 위에서 어느 하잘것없는 한 계집이 내려 던진 맷돌에 맞아 죽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성벽 가까이 갔었느냐?' 하고 꾸짖으실 것이다. 그 때 너는 왕의 부하 헷 사람 우리야도 죽었다고 아뢰어라."
22. 전령은 길을 떠나 다윗에게 와서 요압이 이른 대로 보고하였다. 그러자 다윗은 화를 내며 전령에게 호통을 쳤다. "어찌하여 그렇게까지 성에 가까이 쳐들어갔었느냐? 적군이 성벽에서 화살을 쏘아댈 줄도 몰랐더냐? 여룹베셋의 아들 아비멜렉이 누구의 손에 죽었느냐? 데베스 성벽 위에서 한 계집이 내려 던진 맷돌에 맞아 죽지 않았느냐? 그런데 어찌하여 그렇게까지 성에 가까이 갔었느냐?"
23. 전령이 왕에게 대답하였다. "적군이 들에까지 나와 우리를 몰아대기에 우리도 마주나가 놈들을 쫓다 보니 성문 가까이까지 쳐들어가게 되었습니다.
24. 그 때 성 위에서 활을 쏘아대는 바람에 임금님의 근위병도 몇이 죽었고 임금님의 부하인 헷 사람 우리야도 죽었습니다."
25. 이 말을 듣고 다윗은 전령에게 말하였다. "요압에게 돌아가거든, '전장에서는 누구든지 죽을 수 있는 것이니, 이 일로 걱정하지 말고 힘을 다하여 기어이 그 성을 공격하여 함락시키시오.' 하고 일러라." 이런 말로 그에게 용기를 주라고 하였다.
26. 우리야가 전사했다는 전갈을 받고 그의 아내는 남편을 위하여 곡을 했다.
27. 곡하는 기간이 지난 다음, 다윗은 예를 갖추어 그 여인을 궁으로 맞아들여 아내로 삼았는데, 그의 몸에서 아들이 태어났다. 다윗이 한 이 일이 야훼의 눈에 거슬렸다.
12장
나단이 다윗을 꾸짖다
1. 야훼께서 예언자 나단을 다윗에게 보내셨다. 나단은 다윗을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어떤 성에 두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한 사람은 부자였고 한 사람은 가난했습니다.
2. 부자에게는 양도 소도 매우 많았지만,
3. 가난한 이에게는 품삯으로 얻어 기르는 암컷 새끼 양 한 마리밖에 없었습니다. 그는 이 새끼 양을 제 자식들과 함께 키우며, 한 밥그릇에서 같이 먹이고 같은 잔으로 마시고 잘 때는 친딸이나 다를 바 없이 품에 안고 잤습니다.
4. 그런데 하루는 부잣집에 손님이 하나 찾아왔습니다. 주인은 손님을 대접하는데 자기의 소나 양은 잡기가 아까워서, 그 가난한 집 새끼 양을 빼앗아 손님 대접을 했습니다."
5. 다윗은 몹시 괘씸한 생각이 들어 나단에게 소리쳤다. "저런 죽일 놈! 세상에 그럴 수가 있느냐?
6. 그런 인정머리 없는 짓을 한 놈을 그냥 둘 수는 없다. 그 양 한 마리를 네 배로 갚게 하리라."
7. 그 때 나단이 다윗에게 말하였다. "임금님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이스라엘의 하느님, 야훼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너를 사울의 손아귀에서 빼내어 기름을 붓고 이스라엘의 왕으로 삼았다.
8. 나는 네 상전의 딸과 아내들까지 네 품에 안겨주었다. 나는 온 이스라엘과 유다의 딸들까지 너에게 주었다. 그래도 모자란다면 어떤 여자든지 더 주었을 것이다.
9. 그런데 어찌하여 너는 나를 얕보며 내 눈에 거슬리는 짓을 했느냐? 너는 헷 사람 우리야를 칼로 쳐죽였다. 암몬 군의 칼을 빌려 그를 죽이고 그의 아내를 빼앗아 네 아내로 삼았다.
10. 네가 이렇게 나를 얕보고 헷 사람 우리야의 아내를 네 아내로 삼았으니, 너의 집안에는 칼부림이 가실 날이 없으리라.'
11. 야훼께서 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네 당대에 재난을 일으킬 터이니 두고 보아라. 네가 보는 앞에서 네 계집들을 끌어다가 딴 사내의 품에 안겨주리라. 밝은 대낮에 네 계집들은 욕을 당하리라.
12. 너는 그 일을 쥐도 새도 모르게 했지만, 나는 이 일을 대낮에 온 이스라엘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루리라.'"
13. "내가 야훼께 죄를 지었소." 다윗이 이렇게 자기 죄를 고백하자 나단이 말하였다. "야훼께서 분명 임금님의 죄를 용서해 주실 것입니다. 그리하여 임금님께서 죽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14. 그러나 임금님께서 야훼를 얕보셨으니, 우리야의 아내가 낳게 될 아이는 죽을 것입니다."
죄의 씨는 죽고 솔로몬이 나다
15. 나단은 이 말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갔다.
16. 다윗은 식음을 전폐하고 베옷을 걸친 채 밤을 새우며 어린것을 살려달라고 맨땅에 엎드려 하느님께 애원하였다.
17. 늙은 신하들이 둘러서서 일어나라고 했으나, 그는 일어나지도 아니하고 더불어 음식을 입에 대려고도 하지 않았다.
18. 아기는 마침내 칠 일 만에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신하들은 다윗에게 아기가 죽었다는 것을 차마 알리지 못하고 수군거렸다. "아기가 살아 있을 때에도 우리 말을 듣지 않으셨는데, 아기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려드리면 무슨 변이 생길지 모른다."
19. 그러나 다윗은 신하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는 아이가 죽었음을 알아채고 아기가 죽었느냐고 물었다. 신하들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20. 다윗은 땅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목욕을 하고, 몸에 기름을 바르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야훼의 전에 들어가 예배를 올렸다. 그리고는 집에 돌아와 음식을 차려오게 하여 먹기 시작하였다.
21. 신하들이 물었다. "아기가 살아 계실 때에는 잡수시지도 않고 아기 생각만 하며 우시더니, 막상 아기가 돌아가시자 일어나셔서 음식을 드시니 어찌 된 일이십니까?"
22. 그가 대답하였다. "그 애가 살아 있을 때 굶으며 운 것은 행여 야훼께서 나를 불쌍히 보시고 아기를 살려주실까 해서였소.
23. 아기가 이미 죽고 없는데 굶은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 내가 굶는다고 죽은 아이가 돌아오겠소? 내가 그 애한테 갈 수는 있지만, 그 애가 나한테 돌아올 수는 없지 않소?"
24. 다윗이 아내 바쎄바를 위로하여 잠자리를 같이 하니 바쎄바가 아들을 낳아 이름을 솔로몬이라 하였다. 야훼께서 그 아이를 사랑하셨다.
25. 야훼께서 예언자 나단을 보내시어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라 하여 여디디야라는 이름을 내리셨다.
암몬 수도 라빠를 점령하다
26. 요압은 암몬 사람들의 라빠 성을 공격하여 여울목을 지키는 성까지 점령하였다.
27. 그는 전령을 보내어 다윗에게 보고하였다. "라빠를 공격하여 여울목을 지키는 성까지 쳤으니
28. 이제 임금님께서 남은 병력을 몰고 오시어 이 성을 함락시키십시오. 이 성을 제가 점령하여 성이 제 이름으로 불리게 되어서야 되겠습니까?"
29. 그리하여 다윗은 전군을 몰고 라빠로 쳐들어가 그 곳을 점령하고는
30. 암몬 왕의 머리에서 왕관을 벗겨 썼다. 그 관은 금만 해도 무게가 한 달란트나 되었고 값진 보석들이 박혀 있는 것이었다. 다윗은 그 성에서 아주 많은 전리품을 취하고
31. 성 안의 백성들은 데려다가 톱질, 곡괭이질, 도끼질, 벽돌 굽는 일 등을 시켰다. 다윗은 암몬 사람들의 여러 성을 이렇게 휩쓸고 나서 전군을 거두어 예루살렘으로 돌아왔다.
13장
압살롬이 암논을 죽이다
1. 그 뒤에 이런 일이 있었다. 다윗의 아들 압살롬에게 다말이라는 예쁜 누이가 있었는데, 다윗의 다른 아들 암논이 다말을 사랑하였다.
2. 그러나 다말은 아직 처녀여서 좀처럼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암논은 애만 태우다가 병이 나고 말았다.
3. 마침 시므아라는 삼촌에게 요나답이라는 꾀 많은 아들이 있었는데 그는 암논과 가까운 사이였다.
4. 그가 암논에게 물었다. "왕자님, 요즘 아침에 뵈올 적마다 안색이 좋지 않으십니다. 웬일인지 그 곡절을 들려주십시오." 암논이 대답하였다. "나는 동생 압살롬의 누이 다말을 사랑하고 있소." 이 말을 듣고
5. 요나답이 한 꾀를 일러주었다. "병든 체하고 자리에 누워 있다가 부왕께서 문병 오시거든 누이 동생 다말을 보내어 음식 시중을 들게 해달라고 청을 드려보십시오. 다말이 음식 차려주는 것을 보고 싶고 그 손에서 받아먹고 싶다고 해보십시오."
6. 암논은 자리에 누워서 앓는 체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왕이 문병 오자 청을 드렸다. "아버님, 누이 다말을 보내주십시오. 다말이 제 앞에서 떡 두어 개 손수 구워주는 것을 받아먹고 싶습니다."
7. 다윗은 다말이 사는 궁으로 사람을 보내어 오라비 암논에게 가서 환자 입에 맞는 음식을 만들어주라고 일렀다.
8. 다말이 오라비 암논의 궁으로 가서 보니 그는 정말 누워 있었다. 다말은 오라비가 보는 앞에서 떡가루로 반죽을 개어 환자가 먹을 떡을 빚어 구워냈다.
9. 그리고 구운 떡을 오라비 앞에 차려놓았으나 암논은 먹을 생각은 하지 않고 방에 있던 사람들을 밖으로 나가라고 하였다. 시중들던 사람들이 다 물러가자
10. 암논이 다말에게 말하였다. "그 떡을 이 방으로 가지고 들어와서 네 손으로 먹여다오." 다말이 손수 만든 떡을 들고 오라비 암논의 침실로 들어가서
11. 그에게 먹이려고 다가가자 암논은 다말을 끌어안고 같이 자자고 했다.
12. "오라버니, 이러지 마십시오. 제발 나를 욕보이지 마십시오. 이스라엘에는 이런 법이 없습니다. 이런 바보짓을 하지 마십시오.
13. 제가 이런 수치를 어디에 가서 숨기겠습니까? 그러면 오라버니는 이스라엘에서 바보가 될 것입니다. 이제라도 아버님께 저를 달라고 말씀해 보십시오. 거절하시지는 않으실 것입니다."
14. 그러나 아무리 애걸해도 암논은 듣지 않고 억지로 다말을 눕히고 욕을 보였다.
15. 그리고 나서는 다말이 몹시 싫어졌다. 욕을 보이고 나니 마음이 변해서 전에 사랑하던 그만큼 싫어졌던 것이다. 암논은 다말에게 "어서 나가!" 하고 소리쳤다.
16. "오라버니, 너무하십니다. 이제 저를 내쫓으신다는 것은 방금 저에게 저지르신 일보다도 더 나쁜 일입니다." 하고 그가 말했지만 암논은 들은 체도 않고
17. 시중 드는 하인을 불러 "이 계집을 내 앞에서 쫓아내고 문을 걸어라." 하고 명령하였다.
18. 하인이 다말을 내보내고 문을 잠가버렸다. 다말은 시집 안 간 공주들이 입는 소매 긴 장옷을 입고 있었다.
19. 다말은 머리에 먼지를 들쓰고, 걸치고 있던 장옷을 찢으며 손으로 머리를 감싸쥔 채 목놓아 울면서 돌아갔다.
20. 다말의 오라비 압살롬이 다말에게 물었다. "암논이 너를 건드렸지? 그래도 그는 네 오라비니 이 일은 입 밖에 내지 마라. 이 일로 너무 마음 쓸 것 없다." 그 뒤로 다말은 오라비 압살롬의 집에서 쓸쓸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다.
21. 다윗 왕은 이 이야기를 듣고 몹시 화가 났지만, 암논이 사랑하는 맏아들이라 기분 상할 말을 하지 않았다.
22. 압살롬은 암논과는 말을 하지 않았다. 누이 동생 다말을 욕보인 일로 앙심을 품고 있었다.
23. 그로부터 이 년이 지났다. 압살롬은 양털 깎는 절기를 맞아 에브라임 근방 바알하솔로 왕자들을 모두 초대하였다.
24. 그리고는 어전에 들어가 청을 드렸다. "아버님, 이번에 소자가 양털을 깎는데 아버님과 대신들을 모시려고 합니다."
25. 왕이 "압살롬아, 그럴 것 없다. 우리가 다 내려가면, 너에게 너무 폐가 될 게 아니냐?" 하며 사양하였지만 압살롬은 계속 간청하였다. 그래도 다윗은 갈 마음이 없어 너나 가서 잘 지내라고 하였다.
26. 그러자 압살롬은 맏형 암논이라도 같이 가게 해달라고 청을 드렸다. 왕은 암논이 무엇하러 가겠느냐고 했다.
27. 그래도 압살롬이 굳이 간청하자, 왕은 암논을 보내면서 다른 왕자들도 딸려 보냈다.
28. 압살롬은 대궐 잔치만큼 크게 차리고 부하들에게 미리 일러두었다. "암논이 술에 취해 거나해지면 내가 치라고 할 터이니, 그 때 암논을 쳐죽여라. 내 명령이니 두려워하지 마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거침없이 해치워라."
29. 압살롬의 부하들은 시키는 대로 암논을 해치웠다. 그러자 다른 왕자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저마다 노새를 타고 달아나 버렸다.
30. 왕자들이 도착하기도 전에 압살롬이 왕자들을 모조리 쳐죽였다는 소문이 다윗의 귀에 들어갔다.
31.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찢고 땅에 쓰러졌다. 곁에서 모시고 섰던 신하들도 다 옷을 찢었다.
32. 이 때 다윗의 형 시므아의 아들 요나답이 말하였다. "임금님, 젊은 왕자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죽은 것은 암논뿐입니다. 이것은 압살롬이 제 누이 다말이 암논에게 욕본 날부터 별러온 일입니다.
33. 이제 임금님께서는 왕자들이 다 죽었다는 뜬소문에 상심하지 마십시오. 죽은 것은 암논 하나뿐입니다."
34. 그 동안 압살롬은 도망쳐 버렸다. 한편 보초병 하나가 호로나임 쪽에서 많은 사람들이 산비탈을 타고 내려오는 것을 보고 왕에게 보고하였다. "호로나임 쪽에서 이쪽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35. 그러자 요나답도 어전에 아뢰었다. "그것 보십시오. 소인이 말씀드린 대로 왕자들이 돌아오지 않습니까?"
36. 그가 막 말을 하는데, 왕자들이 들어와 목놓아 울었다. 왕은 물론 함께 있던 신하들도 목이 메어 울었다.
37. 왕은 아들 암논의 죽음을 두고두고 슬퍼하였다. 압살롬은 도망치는 길로 그술 왕 암미훗의 아들 탈매에게 몸을 맡기고
38. 삼 년 동안 거기에 머물렀다.
압살롬이 돌아 오다
39. 왕은 암논이 죽었을 때 받은 아픔이 차츰 가시면서 압살롬에게 품었던 노기도 풀렸다.
14장
1. 왕이 압살롬을 그리워하는 것을 알아채고 스루야의 아들 요압이 드고아에 사람을 보내어 여걸 하나를 불러다가 일렀다.
2. "초상당한 사람처럼 행동하시오. 상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 헤친 채 오랫동안 상을 입은 여인처럼 꾸민 다음
3. 어전에 들어가 내가 일러주는 대로 아뢰시오." 그리고 나서 요압은 왕 앞에 나아가 할 말을 일러주었다.
4. 그 드고아 여인은 왕 앞에 나아가 땅에 엎드려, "임금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며 말을 꺼냈다.
5. "웬일이냐?" 하고 왕이 묻자 여인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임금님, 저는 남편을 여읜 과부입니다.
6. 그런데 저에게는 아들 둘이 있었습니다. 그것들이 어쩌다가 벌판에서 싸우게 되었는데 말릴 사람이 없어 한 아이가 그만 제 동기를 때려 죽이고 말았습니다.
7. 그런데 이번에는 온 문중이 들고일어나 동기를 죽인 놈을 내놓으라고 이 계집을 들볶지 않겠습니까? 그 애를 쳐죽여 죽은 아이의 원수를 갚고 그 애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리 되면 이 계집의 불씨마저 꺼지고 맙니다. 남편의 이름을 이어 내려갈 후손이 땅 위에서 영영 끊기고 맙니다.
8. 이 말을 듣고 왕이 여인에게 다짐을 주었다. "집에 가 있거라. 내가 선처해 주마."
9. 드고아 여인이 또 이렇게 아뢰었다. "이 죄는 저와 저의 가문에 있습니다. 임금님께 무슨 죄가 있사옵니까? 이 일로 왕실에 누를 끼치고 싶지는 않습니다."
10. 다시 너에게 그런 말을 하는 자가 있으면 이리로 끌고 오너라. 아무도 다시는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하리라." 하고 왕이 다시 다짐해 주었지만
11. 여인은 계속 간청하는 것이었다. "저 원수 갚겠다는 자들이 제 아들을 기어이 죽여 없앤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렇게 못한다고 임금님의 하느님 야훼를 두고 맹세해 주십시오." 그가 다짐하였다. "살아 계시는 야훼 앞에서 맹세하거니와 네 아들의 머리카락 한 올도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 없게 해주리라."
12. 여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계집이 감히 임금님께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해 보아라." 하고 그가 말하였다.
13. 여인은 그제야 속말을 꺼냈다. "임금님께서 꼭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니, 어찌 그럴 수가 있으십니까? 그것은 하느님의 백성이 바라는 바가 아닙니다. 말씀만은 그렇게 하시면서 쫓겨난 그분을 불러들이지 않으시니, 어찌 잘못이 없다고 하겠습니까?
14. 우리는 땅에 엎질러져서 다시는 담을 수 없는 물같이 죽은 몸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람의 목숨을 소중히 여기십니다. 그분이 비록 쫓겨났지만 하느님께서는 그분을 쫓아내실 뜻이 없으신 줄로 압니다."
15. 저는 사람들이 너무도 무섭게 굴어서 이 말씀을 드리려고 이렇게 어전에 나왔습니다. 임금님께 아뢰면 행여 이 계집의 청을 들어주시려니 생각했던 것입니다.
16. 임금님께서는 이 계집의 하소연을 들으시고 하나 남은 자식을 하느님의 유업인 이스라엘에서 끊어버리려는 사람의 손에서 건져주실 것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17. 임금님이야말로 하늘이 내신 분이시므로 옳고 그름을 가리실 수 있으십니다. 그래서 임금님께서는 이 계집을 안심시켜 줄 말씀을 해주시리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임금님과 같이 계시기를 빕니다."
18. 왕은 이 말을 듣고 "한 가지 물을 터이니 숨기지 말고 대답하여라." 하고 말했다. "임금님, 말씀하십시오." 하고 여인이 대답하자
19. 왕은 "이 모든 것을 너에게 시킨 사람이 요압이 아니냐?" 하고 물었다. "임금님, 과연 그렇습니다." 하며 여인이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는 바로 알아보셨습니다. 과연 그렇습니다. 이 일을 시킨 것은 틀림없이 임금님의 신하 요압입니다. 이 계집이 드린 말씀은 모두 요압이 일러준 그대로입니다.
20. 요압은 그 일을 이렇게 빗대어 말하게 한 것입니다. 과연 임금님의 지혜는 하느님의 천사 같아서 모르시는 일이 없으십니다."
21. 왕은 요압을 불러 말하였다. "좋소, 그대 뜻대로 하리다. 어서 그 애 압살롬을 데려오시오."
22. 요압은 땅에 엎드려 절하며, "소신의 청을 이처럼 들어주시니 성은이 망극합니다." 하고 고마워하였다.
23. "요압은 그술에 가서 압살롬을 예루살렘으로 데려왔다. 그러나
24. 압살롬을 제 궁으로 데려가 거기에서 살게 하고 내 눈앞에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여라." 하는 어명이 있었으므로, 압살롬은 자기 궁으로 물러가 살면서 어전에는 얼씬도 하지 못하였다.
25. 온 이스라엘에 압살롬만큼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사람은 없다고 칭찬들이 자자했다.
26. 머리 숱이 좋아서 해마다 한번씩 머리를 깎곤 했는데 쳐낸 머리칼을 달아보면 왕궁 저울로 이백 세겔이나 나갔다.
27. 압살롬은 슬하에 세 아들과 다말이라는 딸 하나를 두었는데 다말은 얼굴이 예뻤다.
28. 압살롬은 이 년 동안 예루살렘에서 지내면서도 왕을 한 번도 만나지 못하였다.
29. 압살롬은 요압을 왕에게 보내 보려고 사람을 보내 불렀으나 요압은 오지 않았다. 두 번째 사람을 보내 보았으나 여전히 와주지 않았다.
30. 그래서 압살롬은 하인들에게 일렀다. "너희도 알다시피 요압의 보리밭이 우리 밭에 잇닿아 있으니 가서 그 밭에 불을 질러라." 압살롬의 하인들이 그 밭에 불을 지르니
31. 요압이 압살롬의 집을 찾아와 "왜 종들을 시켜 남의 밭에 불을 질렀소?" 하고 따졌다.
32. 압살롬이 요압에게 말하였다. "내가 사람을 보내어 장군더러 여기에 와달라고 한 일이 있지 않소? 나는 그술에 그냥 있었더라면 좋았을 것을 왜 거기에서 데려왔는지 장군을 보내어 임금께 여쭈어달라고 하려던 것이었소. 이제라도 나가 임금을 뵙게 해주시오. 만일 소자에게 죄가 있다면 차라리 죽여달란다 하더라고 여쭈어주시오."
33. 요압은 어전에 들어가 사정을 낱낱이 전하였다. 그제야 왕은 압살롬을 불러들이게 되었다. 압살롬이 어전에 들어가 얼굴을 땅에 대고 왕 앞에 엎드리자 왕은 압살롬에게 입을 맞추었다.
15장
압살롬이 반란을 일으키다
1. 그 뒤, 압살롬은 자기가 탈 병거와 말을 갖추고 호위병 오십 명을 거느리게 되었다.
2. 압살롬은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 성문으로 통하는 길목에 서 있다가 소송할 일이 있어 어전을 찾아가는 사람이 있으면 불러 세우고, "어디서 오는 분이오?" 하고 묻고, "저는 이스라엘 아무 족속, 아무 성에서 오는 사람이오." 하면
3. 이렇게 말하곤 하였다. "당신 말은 내가 보기에도 옳고 정당하지만 그런 이야기가 왕의 귀에 들어가기나 할 것 같소?"
4.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이 나라의 재판관이 된다면 소송할 일이 있어 재판을 받으려는 사람은 누구든지 내 앞에 와서 공정한 판결을 받을 것이오."
5. 또 누가 앞에 와서 절이라도 하면 압살롬은 손을 내밀어 붙잡아 일으키며 입을 맞추어주었다.
6. 압살롬은 어전에 재판을 받으러 오는 이스라엘 백성을 만날 때마다 이렇게 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의 환심을 샀다.
7. 그러면서 사 년이 지난 어느 날, 압살롬은 왕에게 이렇게 청을 올렸다. "소자는 일찍이 야훼께 서원한 바가 있습니다. 이제 그 서원을 이루게 헤브론으로 보내주십시오.
8. 소자가 아람의 그술에 있을 때에 만일 야훼께서 저를 예루살렘으로 무사히 돌아가게만 해주신다면, 헤브론에 가서 야훼께 예배를 드리겠다고 서원한 일이 있습니다."
9. 왕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럼, 잘 다녀오너라." 그리하여 압살롬은 길을 떠나 헤브론으로 갔다.
10. 한편 압살롬은 이스라엘 모든 족속에 첩자들을 보내어 나팔 소리를 신호로 "압살롬이 헤브론에서 왕이 되었다!" 하고 외치도록 일러두었다.
11. 그 때 압살롬의 청을 받고 예루살렘에서 헤브론으로 같이 내려간 사람 이백 명이 있었다. 그들은 아무 영문도 모르고 따라갔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아무런 허물이 없었다.
12. 길로 사람으로 다윗의 고문이 된 사람이 있었다. 이름은 아히도벨이었다. 그가 고향에 가서 제사를 드리고 있는 것을 압살롬이 불렀다. 압살롬을 따르는 무리의 수가 불어나면서 반란 세력이 커져갔다.
13. 이렇게 이스라엘의 민심이 압살롬에게로 기울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14. 다윗은 예루살렘에 있는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당장 여기에서 빠져 나가자. 머뭇거리다가는 압살롬의 손에서 아무도 살아 남지 못할 것이다. 그가 달려들면 우리만 참변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 성에 남은 백성들까지 해를 입을 터이니, 어서 서둘러라."
15. "임금님의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하며 신하들은 따라 나섰다.
16. 왕은 왕궁을 지킬 후궁 열만 남겨놓고는 온 왕실을 거느리고 걸어서 피난길에 올랐다.
17. 왕은 군대를 거느리고 거리를 빠져 나와 마지막 집 앞에 이르러 걸음을 멈추었다.
18. 신하들은 왕을 모시고 섰고, 그렛 외인부대와, 벨렛 외인부대와, 이때가 데리고 온 갓 외인부대 육백 명이 왕 앞으로 지나갔다.
19. 왕이 갓 사람 이때에게 말을 건넸다. "왜 장군까지 우리와 함께 가려 하오? 돌아가 새 왕을 섬기며 지내시오. 장군은 자기 나라를 버리고 온 외국 사람인데 어쩌겠소?
20. 장군이 이리 오신 것이 엊그제인데, 내가 오늘 발길 닿는 대로 떠돌아야 할 처지에 차마 장군께 함께 가자고 할 수는 없구려. 어서 동족들과 함께 돌아가시오."
21. 그러나 이때는 "야훼께서 살아 계시고 임금님께서도 이렇게 살아 계시니 죽든지 살든지 임금님께서 가시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모시고 가겠습니다." 하며 맹세하였다.
22. 그리하여 다윗은 이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어서 지나가시오." 갓 사람 이때는 부하들과 딸린 아이들까지 모두 이끌고 지나갔다.
23. 온 백성이 광야 쪽으로 나가려고 키드론 개울을 건넜고 왕도 따라 건넜다. 사람들이 개울을 건너면서 통곡하는 소리에 산천도 따라 울었다.
24. 하느님의 계약궤를 멘 레위인 일행 가운데는 사독도 있었다. 그들은 온 백성이 성에서 나와 개울을 건너기를 기다리느라고 하느님의 궤를 에비아달 옆에 내려놓고 있었다.
25. 왕이 사독에게 일렀다. "하느님의 궤를 다시 성 안으로 모시도록 하오. 만일 내가 야훼께 은혜를 입는다면 다시 돌아와 제자리에 모신 이 궤를 보게 되지 않겠소?
26. 만일 하느님께서 나를 보고 싶어하지 않으신다면 어떤 처분을 내리시든지 받아야지요."
27. 왕은 다시 사제 사독을 재촉하였다. "그대는 에비아달과 함께 성으로 돌아가시오. 부디 무사히 돌아가기를 바라오. 그대의 아들 아히마스와 에비아달의 아들 요나단도 데리고 가시오.
28. 나는 그대들이 소식을 보내 올 때까지 광야 나루터에서 기다리겠소."
29. 그래서 사독과 에비아달은 하느님의 궤를 모시고 예루살렘에 돌아가 거기 머물러 있게 되었다.
30. 다윗은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맨발로 올리브 산 등성이를 걸어 올라갔다. 백성들도 모두 머리를 가리고 울면서 뒤따랐다.
31. 다윗은 압살롬의 참모 가운데 아히도벨도 끼여 있다는 말을 전하여 듣고 이렇게 빌었다. "야훼님! 제발 아히도벨의 꾀를 뒤엎어주십시오."
32. 다윗이 언덕 위에 올라 하느님을 경배하는 장소에 다다랐을 때였다. 하르키 사람 후새가 겉옷을 찢고 머리에 흙을 뒤집어쓰며 나와 다윗을 맞았다.
33. 다윗은 "그대가 나를 따라오면 오히려 짐이 될 뿐이오." 하며 그에게 말하였다.
34. "성으로 돌아가 보시오. 돌아가서 압살롬에게 이제부터 그의 신하가 되겠다고 하시오. 지난날에는 부왕의 신하였으나, 지금은 임금의 신하가 되겠다고 하시오. 그리고는 아히도벨의 꾀를 뒤엎도록 하시오.
35. 그대를 도와줄 사람으로 사제 사독과 에비아달이 거기 있으니, 대궐에서 무슨 말이든지 듣는 대로 사독과 에비아달에게 알려주시오.
36. 그들과 함께 그들의 두 아들이 있소. 사독의 아들 아히마스와 에비아달의 아들 요나단이 그들이오. 그대는 무슨 말이든지 듣는 대로 그 두 사람을 시켜 나에게 알리도록 하시오."
37. 그래서 다윗의 측근 후새가 성으로 들어가니 때마침 압살롬도 예루살렘에 들어와 있었다.
16장
1. 다윗이 산등성이를 넘어서 조금 지나자 므비보셋의 시종 시바가 안장 얹은 나귀 두 마리에 빵 이백 개, 건포도 백 송이, 여름 과일 백 개, 그리고 포도주 한 말을 싣고 왔다.
2. "이게 모두 웬 것이냐?"고 왕이 묻자 시바가 대답하였다. "이 나귀들은 임금님의 가족이 타실 것들입니다. 빵과 여름 과일은 임금님의 신하들이 먹을 것입니다. 포도주는 광야에서 지쳤을 때 아무나 마시라고 마련해 온 것입니다."
3. 왕이 다시 "네가 섬기던 옛 상전의 손자 되는 분은 지금 어디 계시냐?" 하고 묻자, 그가 대답하였다. "지금 예루살렘에 남아 계십니다. 그는 이번에 이스라엘 가문이 자기 할아버지의 왕권을 자기에게 돌려줄 줄로 알고 계십니다." 시바의 말을 듣고,
4. 왕은 "므비보셋의 재산은 다 네가 가져라." 하고 말하였다. 시바가 절하며 말하였다. "성은이 망극합니다. 길이 성은을 입는 몸이 되기가 소원입니다."
5. 다윗 왕이 바후림에 다다랐을 때였다. 사울의 친척 하나가 거기에서 나오면서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그는 게라의 아들로서 이름은 시므이였다.
6. 그는 왕과 신하들, 그리고 좌우에 모시고 선 군인과 장교들에게 마구 돌팔매질을 하며
7. 이런 말로 다윗을 욕하는 것이었다. "꺼져라! 이 살인자야, 꺼져라! 이 불한당 같은 놈아,
8. 사울 일족을 죽이고 나라를 빼앗은 놈, 그 원수를 갚으시려고 이제 야훼께서 이 나라를 네 손에서 빼앗아 네 아들 압살롬의 손에 넘겨주신 것이다. 이 살인자야, 네가 이제 죄없는 사람 죽인 죄를 받는 줄이나 알아라."
9. 스루야의 아들 아비새가 보다못해 왕에게 아뢰었다. "이 죽은 개만도 못한 놈이 무엄하게도 임금님을 욕하는데 그냥 내버려두십니까? 제가 당장 건너가 목을 자르겠습니다."
10. "내가 욕을 보는데 그대 스루야의 후손들한테야 무슨 상관이 있소? 야훼께서 나를 욕하라고 저 사람을 보내신 것이라면 내가 어찌 감히 왜 이러시느냐고 하겠소?" 이렇게 말하고 나서,
11. 다윗 왕은 아비새와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핏줄에서 태어난 친자식마저 날 죽이려고 날뛰는 판에 베냐민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소? 야훼께서 시키신 일이니 욕하게 그냥 내버려두시오.
12. 혹시 야훼께서 내가 당하는 이 비참한 꼴을 보시고 오늘 받는 이 저주 대신에 복을 내려주실지 알겠소?"
13. 다윗이 일행을 거느리고 걸음을 옮기는데, 시므이는 다윗이 가는 길을 따라 산등성이를 타고 오면서 먼지를 일으키고 돌을 던지며 대놓고 욕지거리를 퍼부었다.
14. 왕 일행은 요르단 강에 이르러 모두들 지쳐서 한 숨 돌리고 있었다.
15. 그러는 동안 압살롬은 자기를 따르는 백성들을 데리고 예루살렘에 입성하였다. 아히도벨도 함께 있었다.
16. 다윗의 측근이던 하르키 사람 후새가 압살롬에게 나아가 외쳤다. "임금님, 만수무강을 빕니다. 임금님, 만수무강을 빕니다."
17. 그러자 압살롬이 후새를 꾸짖었다. "그대의 충성심이 겨우 이 정도요? 가깝게 모시던 이를 따라가지 않고 이렇게 남아 있다니 될 말이오?"
18. 후새가 압살롬에게 대답하였다. "지당하신 말씀이오나 소인은 야훼께서 뽑으시고 이 백성과 온 이스라엘이 택해 세운 그런 분을 모시기로 하였습니다.
19. 여태껏 섬겨오던 분의 아드님말고 소인이 누구를 섬기겠습니까? 전에 부왕을 섬겼듯이 소인은 이제 임금님을 섬기겠습니다."
압살롬이 실패하다
20. 압살롬이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의견을 묻자, 아히도벨이 아뢰었다.
21. "부왕이 궁궐을 지키라고 남겨두고 간 후궁들과 관계하십시오. 임금님께서 친아버지마저 욕을 보였다는 소식이 온 이스라엘에 퍼지면 임금님을 받드는 사람들은 의기충천할 것입니다."
22. 압살롬은 그의 말대로 궁궐의 옥상에 천막을 쳐 신방을 마련한 다음, 온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부왕의 후궁들과 관계를 했다.
23. 그 때 사람들은 하느님께 나가 말씀을 받듯 아히도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다윗도 그러했지만 압살롬도 그러하였다.
17장
1. 아히도벨이 다시 압살롬에게 진언하였다. "소인이 이제 일만 이천 명을 뽑아가지고, 오늘 밤으로 당장 다윗을 쫓아가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2. 그가 지쳐 기가 꺾여 있을 때 덮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윗을 그렇게 혼내주면 그를 따르던 백성들은 모두 도망칠 것입니다. 왕만 죽이면
3. 백성들은 모두 신부가 신랑에게로 돌아오듯이 임금님께로 돌아올 것입니다. 임금님께서 죽이려는 사람은 오직 그 한 사람뿐이므로, 다른 백성은 머리카락 하나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4. 이 말은 압살롬뿐 아니라 모든 이스라엘 장로들의 마음에도 들었다.
5. 그러나 압살롬은 하르키 사람 후새를 불러들여 그의 의견도 한번 들어보자고 하였다.
6. 후새가 들어오자 압살롬은 아히도벨이 이러저러하게 말하더라고 하면서 아히도벨의 말대로 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달리 의견이 있는지 말해 보라고 하였다.
7. 이번 일만은 아히도벨의 의견이 좋지 못한 것 같다고 하며 후새는 압살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8. "임금님께서 아시다시피 임금님의 아버님이나 그의 부하들은 용사들입니다. 사납기로 말하면 새끼를 빼앗긴 곰과도 같습니다. 더구나 임금님의 아버님은 전략에 뛰어난 분입니다. 결코 자기 군사들과 함께 자지는 않을 것입니다.
9. 아마 지금쯤 그는 굴 같은 데 감쪽같이 숨어 있을 것입니다. 싸움은 이제 시작인데 임금님의 군사들이 죽기라도 해서 '압살롬을 따르던 군대가 패했다.' 하는 소문이라도 나면
10. 사자처럼 용맹스러운 용사들도 간담이 서늘해질 것입니다. 임금님의 아버님뿐 아니라, 그를 모시는 자들이 또 어떤 용사들이라는 것은 이스라엘이 다 알고 있습니다.
11. 그러니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단에서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의 이스라엘에서 군인들을 바닷가의 모래알만큼 많이 모아들여 임금님께서 친히 거느리시고 진군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12. 우리는 그가 있는 곳만 알아내면 땅에 이슬이 내리듯 덮쳐 그의 집안은 물론 그를 따르던 사람을 모조리 죽여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13. 만일 그가 어떤 성 안에 피해 들어간다면 온 이스라엘이 그 성을 굵은 동아줄로 묶어 개천 바닥으로 끌어내어 돌멩이 하나 남아나지 않게 할 것입니다."
14. 압살롬과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아히도벨의 생각보다는 하르키 사람 후새의 생각이 낫다고 결정을 내렸다. 야훼께서 압살롬이 화를 입도록 아히도벨의 좋은 수를 꺾으시기로 작정하셨고, 일은 그대로 되었던 것이다.
15. 그러고 나서 후새는 사독과 에비아달 두 사제에게 아히도벨이 압살롬과 이스라엘 장로들에게 이러이러한 의견을 내놓았으나 자기는 이러이러한 계책을 내놓았다는 걸 알리고 이렇게 일렀다.
16. "당장 다윗에게 사람을 보내어 광야로 건너는 나루터에서 이 밤을 묵다가는 왕과 일행이 변을 당할 터이니, 곧 강을 건너시라고 전해 주시오."
17. 요나단과 아히마스는 성에 들어가지 않고 엔로겔 샘터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어떤 하녀가 소식을 가져오면 그것을 다윗 왕에게로 가서 전하게 되어 있었다. 그들은 남의 눈에 뜨이지 않으려고 성 안에 들어가지 않았던 것이다.
18. 그런데 한 아이가 그들을 보고 압살롬에게 가서 일러바쳤다. 그것을 알고 두 사람은 얼른 도망쳐 바후림에 있는 어떤 사람의 집으로 뛰어들었다. 그 집 뜰에 마침 우물이 있어서 그들이 그리로 들어가자
19. 그 집 아낙네가 멍석을 가져다 우물 아귀를 덮고 그 위에다 곡식을 널어 감쪽같이 만들어놓았다.
20. 압살롬의 부하들이 그 집에 들이닥쳐 아낙네에게 아히마스와 요나단이 어디 있느냐고 물었으나 아낙네는 "여기를 지나 저 물을 건너갔어요." 하고 시치미를 뗐다. 그들은 사방으로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21. 그들이 가버린 뒤 두 사람은 우물에서 나와 급히 다윗 왕에게 가서 아히도벨이 왕의 일행을 잡으려고 짜냈다는 계략을 알리면서 어서 지체말고 강을 건너야 한다고 하였다.
22. 다윗 일행은 곧 요르단 강을 건넜다. 날이 밝기까지 강을 건너지 못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23. 한편 아히도벨은 자기의 계략이 깨진 것을 보고 나귀에 안장을 얹어 곧장 자기 성으로 돌아가 집에 가서 식구들에게 유언을 남기고 목을 매어 죽었다. 그는 선산에 묻혔다.
24. 다윗이 마하나임에 이르렀을 때에야 압살롬은 전 이스라엘 군을 거느리고 요르단 강을 건넜다.
25. 압살롬은 요압 대신 아마사를 총사령관으로 임명하였다. 아마사는 이스라엘 사람으로서 그 아버지의 이름은 이드라였다. 그런데 그는 요압과 이종간으로 그 이모의 이름은 스루야였고, 어머니의 이름은 아비가일이었으며 외조부의 이름은 나하스였다.
26. 압살롬은 이스라엘 군을 거느리고 와서 길르앗 지방에 진을 쳤다.
27. 다윗이 마하나임에 도착했을 때였다. 암몬 땅 라빠에서 나하스의 아들 소비가, 로드발에서 암미엘의 아들 마길이, 로글림에서 길르앗 사람 바르질래가 나와 맞으며
28. 이부자리, 주발, 물병, 밀, 보릿가루, 볶은 밀, 보리, 콩, 팥,
29. 꿀, 엉긴 젖, 양고기, 쇠고기 등을 다윗 일행에게 먹으라고 내놓았다. 일행이 광야를 지나오는 동안 굶주리고 목이 말라 지쳤으리라 생각하고 가져왔던 것이다.
18장
1. 다윗은 부하 장병을 점호하고 천인대장, 백인대장을 세웠다.
2. 그리고 다윗은 전군을 셋으로 나누어 한 부대는 요압에게, 한 부대는 스루야의 아들 요압의 친동생인 아비새에게, 한 부대는 갓 사람 이때에게 맡기고 나서 전군에게 "나도 너희들과 같이 나가겠다." 하고 선언하였다. 그러자
3. 장병들이 모두 말렸다. "임금님께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적은 우리가 도망친다 해도 거들떠보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한 반쯤 죽는다 해도 대단하게 여기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임금님의 한 몸은 우리들 만 명 값으로 칠 것입니다. 그러니 임금님께서는 이 성 안에 계시면서 저희를 도와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4. 왕은 그들의 말을 따르기로 하고 성문 곁에 서서 백인부대, 천인부대가 진군하는 것을 사열하고는
5. 요압과 아비새와 이때에게, 압살롬은 아직 철이 없으니 자기를 보아서라도 너무 심하게 다루지는 말라고 당부하였다. 왕이 전 지휘관에게 압살롬을 두고 부탁하는 말을 전군이 들었다.
6. 전군은 이스라엘을 맞아 싸우기 위하여 들판으로 나갔다. 싸움은 에브라임 숲에서 벌어졌다.
7. 거기에서 이스라엘 군은 다윗의 부하들에게 패하여 그 날로 이만 명이나 되는 전사자를 냈다.
8. 싸움은 그 일대에 번져 그 날, 칼에 죽은 사람보다는 숲에 막혀 죽은 사람이 더 많았다.
9. 그런데 압살롬이 그만 다윗의 부하들에게 발견되었다. 압살롬은 노새를 타고 울창한 상수리나무 밑으로 빠져 나가다가 머리가 나뭇가지에 걸리고 말았다. 타고 가던 노새는 그대로 달아나 버리고 압살롬은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10. 군인 하나가 이것을 보고 요압에게 보고했다. "압살롬이 상수리나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11. 말을 전하는 자에게 요압이 소리쳤다. "네가 그것을 보았다면 어째서 그를 그 자리에서 쳐서 떨어뜨리지 않았느냐? 그랬더라면 내가 너에게 은 열 냥과 띠 하나를 주었을 것이다."
12. 그가 요압에게 대답했다. "비록 은 천 냥을 손에 쥐어주신다 해도 저는 왕자에게 손을 대지 않겠습니다. 저희는 왕께서 장군과 아비새와 이때에게 당신 생각을 해서라도 젊은 압살롬을 보호해 달라고 당부하시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13. 그런데 어떻게 제가 제 목숨을 내걸고 그런 불충한 일을 하겠습니까? 왕께서 결국 아시게 될 터인데, 그 때에는 장군님도 모르시는 체하실 것 아닙니까?"
14. 요압은 "너와 이렇게 꾸물거리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며 창 세 개를 연거푸 던져 상수리나무에 매달린 채 살아 있는 압살롬의 심장을 찔렀다.
15. 그러자 요압의 무기를 들고 다니던 군인 열이 달려들어 그를 쳐죽였다.
16. 요압은 곧 나팔을 불어 이스라엘 군 추격을 중지시켰다. 다른 병사들은 죽일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17. 그들은 압살롬을 끌어다가 숲 속에 있는 깊은 웅덩이에 던지고 그 위에 돌을 쌓아 큰 돌무더기로 만들었다. 이스라엘 군은 저마다 자기 집으로 도망쳐 버렸다.
18. 그런데 압살롬은 살아 있을 때 자기 이름을 이어갈 아들이 없다고 해서 왕의 계곡에 돌기둥을 세운 일이 있었다. 그는 그 돌기둥을 자기 이름을 따서 불렀는데 그것을 오늘날까지도 압살롬의 비석이라 부른다.
19. 사독의 아들 아히마스가, 왕에게 달려가 야훼께서 임금님을 원수들 손에서 구해 주신 소식을 전하겠다고 자원하였다.
20. 그러나 요압이 말렸다. "오늘 이 일을 희소식이라고 전할 사람은 네가 아니다. 후에 그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왕자가 죽은 날인데 오늘 이것을 희소식이라고 가져가겠느냐?"
21. 요압은 구스 사람 하나를 불러 "네가 가서 본 대로 임금님께 아뢰어라." 하며 떠나 보냈다. 구스 사람은 요압에게 절을 하고 나서 달려갔다.
22. 사독의 아들 아히마스가 다시 요압에게 청했다. "무슨 일이 생기더라도 저 구스 사람의 뒤를 따라가게 해주십시오." "아히마스야, 이 소식을 가지고 가보아야 아무런 상도 없을 터인데 왜 자꾸 가겠다고 하느냐?" 하고 요압이 타일렀으나
23.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가겠다고 했다. 하는 수 없이 요압이 "그렇다면 가보아라." 하자 아히마스는 요르단 분지로 달려서 구스 사람을 앞질렀다.
24. 그 때 다윗은 바깥 성문과 안 성문 사이에 앉아 있었는데 보초병이 문루에 올라가 살피다가 웬 사람이 혼자서 뛰어오는 것을 보고,
25. 왕에게 소리쳐 알렸다. 왕은 "혼자라면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겠지." 하고 말하였다. 그 사람이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26. 보초는 또 한 사람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성문께에 대고 소리쳤다. "또 한 사람이 혼자 달려오고 있습니다." 왕은 "그도 좋은 소식을 가지고 오는 것이겠지." 하고 말하였다.
27. 보초가 다시 "앞에 오는 사람은 그 달리는 품이 사독의 아들 아히마스 같습니다." 하자 왕은 "그는 좋은 사람이니 희소식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하고 말하였다.
28. 이윽고 아히마스가 왕 앞에 나와 문안을 드리고 나서 얼굴을 땅에 대고 엎드려 아뢰었다. "임금님의 하느님 야훼께 찬양을 돌립니다. 야훼께서는 임금님께 반기를 든 자들을 처치해 버리셨습니다."
29. 왕은 "철부지 압살롬은 무사하냐?" 하고 물었다. "요압 장군이 소인을 보낼 때 큰 소란이 벌어졌습니다마는 무슨 일이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히마스가 이렇게 대답하자
30. 왕은 그에게 비켜 서 있으라고 하였다. 아히마스가 물러나 곁에 서 있는데,
31. 구스 사람이 와서 아뢰었다. "임금님, 좋은 소식입니다. 오늘 야훼께서는 역적들을 벌하시고 임금님을 그들의 손에서 건져내셨습니다."
32. 왕이 그에게도 "철부지 압살롬은 무사하냐?" 하고 묻자, 구스 사람이 대답했다. "임금님을 대적하여 반역이나 하는 자는 누구든지 그가 당한 일을 같이 당하게 되기 바랍니다."
19장
다윗이 압살롬의 죽음을 슬퍼하다
1. 이 말을 듣고 왕은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아 성문 위에 있는 골방으로 올라가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아, 내 자식 압살롬아, 차라리 내가 죽을 것을, 이게 웬일이냐?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아." 하며 목놓아 울었다.
2. 이 소식을 누군가가 요압에게 전하였다. "왕께서 목놓아 울고 계십니다. 압살롬이 죽었다고 통곡하고 계십니다."
3. 그래서 그 날의 승리는 오히려 모든 장병에게 슬픔을 안겨주게 되었다. 왕이 아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다는 말이 퍼졌으므로
4. 군인들은 마치 패전군처럼 얼굴도 못들고 성으로 슬며시 들어왔다.
5. 왕은 얼굴을 감싸고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 압살롬아, 내 자식아!" 하며 계속 울기만 하였다.
6. 그 때 요압이 왕의 거처로 들어가 간했다. "오늘 저희는 임금님과 임금님의 아들, 딸, 왕비, 후궁들의 목숨을 건져드렸는데, 임금님께서는 도리어 저희 모든 신하들을 얼굴도 들지 못하게 하셨습니다.
7. 어찌하여 임금님을 미워하는 자들은 사랑하시고, 임금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미워하십니까? 이제 보니 이 장병들이나 신하들은 임금님께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리가 모두 죽고 압살롬만 살았더라면 임금님은 오히려 그것을 좋아하셨으리라는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8. 이러지 마시고 일어나 나가셔서 신하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해주십시오. 임금님께서 나가주지 않으신다면, 두고 보십시오. 오늘 밤 임금님 곁에 머물러 있을 사람이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그리 되면 임금님께서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당하신 어떤 불행보다도 더한 불행을 당하시게 될 것입니다."
9. 왕은 일어나 성문께로 나가 앉았다. "보아라, 왕께서 성문에 나와 앉으셨다." 이 말이 전군에 알려지자 모두들 왕 앞에 모여왔다. 한편 제각기 집으로 도망쳤던 이스라엘 백성들은
10. 저희 족속들 사이에 서로 의논이 분분하였다. "지금 다윗 왕은 압살롬에게 쫓겨 망명해 가 계시지만 그분은 우리를 원수들의 손에서 건지고, 불레셋 사람들의 손아귀에서 살려주신 분이 아니냐?
11. 우리가 압살롬에게 기름을 부어 그를 왕으로 추대했었지만 이제 전사했으니, 이런 판국에 왕을 궁으로 모셔 올 생각은 하지 않고 꾸물거리고 있을 게 무엇이냐?" 이스라엘 백성들이 저희끼리 하는 이 말이 왕의 귀에 들어갔다.
12. 다윗 왕은 사독과 에비아달 두 사제에게 전갈을 보냈다. "그대들은 유다 장로들에게 가서 나를 궁으로 맞아들이는데 뒷전으로 돌 까닭이 어디 있느냐고 이르시오.
13. 나는 그들과 같은 피를 받은 한 골육이오. 그런데 나를 궁으로 맞아들이는 일에 어떻게 뒷전으로만 돌겠느냐고 이르시오.
14. 또 아마사에게는 이렇게 이르시오. '장군은 나와 한 골육이 아니오? 요압을 대신하여 장군이 종신토록 내 군대의 총사령관이 될 것이오. 만일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어떤 천벌이라도 받겠소.'"
15. 이리하여 유다 백성의 마음은 모두 다윗에게 쏠렸다. 그들은 왕에게 사람을 보내어 모든 신하들을 거느리고 환궁하시라는 말을 전하였다.
16. 왕이 환궁길에 올라 요르단 강에 다다르니, 유다 백성들이 왕을 맞으러 길갈까지 나와 있다가 요르단 강을 건네드렸다.
17. 바후림에 살던 베냐민 사람 게라의 아들 시므이도 유다 사람들과 함께 다윗 왕을 맞으러 허둥지둥 내려왔다.
18. 그는 베냐민 사람 천 명을 거느리고 있었다. 사울 왕조 때의 신하 시바도 열다섯 아들과 부하 이십 명을 이끌고 요르단 강으로 달려 내려와 왕 앞에 이르렀다.
19. 그들은 왕족 일가가 강 건너는 일을 거들어 왕의 환심을 사려고 했다. 게라의 아들 시므이가 요르단 강을 건너가서 왕 앞에 엎드려
20. 아뢰었다. "임금님, 소인에게 죄를 주지 말아주십시오. 임금님께서 예루살렘을 떠나시던 날, 이 소인이 저지른 잘못을 마음에 두지 마시고 잊어주십시오.
21. 소인이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 스스로 잘 알기에, 이 날 요셉 가문 가운데서 누구보다도 먼저 이렇게 임금님을 맞으러 나왔습니다."
22. 스루야의 아들 아비새가 이 말을 받아 아뢰었다. "저 시므이가 야훼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임금님을 그처럼 욕했는데 어찌 살려둘 수 있겠습니까?"
23. 그러나 다윗은 이렇게 말하였다. "이것은 내 일이오. 당신들 스루야의 후손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오늘 이 일에 끼여들어서 내 뜻을 막으려 하오? 나는 이제야 비로소 이스라엘의 왕이 된 것 같소. 이런 날 이스라엘 사람을 하나인들 죽여서야 되겠소?"
24. 그리고 나서 왕은 시므이에게 결코 죽이지 않겠다는 다짐을 주었다.
25. 사울의 손자 므비보셋도 왕을 맞으러 내려왔다. 그는 왕이 몸을 피한 날부터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는 날까지 발도 씻지 않았고 수염도 다듬지 않았으며 옷도 빨아 입지 않았다.
26. 그가 예루살렘에서 왕을 맞으러 오자 왕이 물었다. "므비보셋은 왜 나와 같이 가지 않았소?"
27. 그가 대답하였다. "임금님, 제 종 녀석이 소인을 속였습니다. 소인은 임금님과 같이 가려고 종더러 나귀에 안장을 얹으라고까지 일렀었습니다. 소인은 절름발이가 아닙니까?
28. 그랬는데 그 종이 임금님께 소인을 모함하였습니다. 그러나 임금님께서는 정말 하늘이 내신 분이시니 처분만 기다리겠습니다.
29. 저희 집안은 모두 임금님 앞에서 죽어 마땅한 몸인데도 임금님께서는 소인을 임금님과 한 식탁에서 먹게 해주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니 무슨 낯으로 임금님께 살려달라고 다시 호소하겠습니까?"
30. 왕이 말하였다. "무슨 말이 그리도 많소? 그대가 차지한 땅을 시바와 나누어가지도록 하오."
31. 그러나 므비보셋은, "임금님께서 이렇게 무사히 돌아오셨으니 저는 괜찮습니다. 다 시바에게 주십시오." 하고 사양하였다.
32. 또 길르앗 사람 바르질래가 왕을 배웅하러 로글림에서 내려와 요르단 강으로 나왔다.
33. 바르질래는 팔십 세나 된 노인이었는데 굉장한 부자로서 왕이 마하나임에 머물러 있는 동안 양식을 대오던 사람이었다.
34. 왕은 바르질래에게 잘 대접해 주겠다면서 예루살렘에 가서 같이 지내자고 하였다.
35. 그러나 바르질래는 사양하였다. "제가 얼마나 더 살겠다고 임금님을 모시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겠습니까?
36. 제 나이 이미 여든인데 무슨 낙을 더 보겠습니까? 먹고 마시니 맛을 압니까? 남녀가 노래를 부르니 제대로 알아듣기나 합니까? 그런데 어찌 이 늙은것더러 임금님께 짐이 되라 하십니까?
37. 소인이 임금님을 모시고 요르단 강을 건너 조금은 더 배웅해 올리겠습니다마는 소인에게 그런 상을 베푸실 것까지는 없습니다.
38. 선영이 있는 고향에 돌아가 묻히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 대신 여기 소인의 아들 김함이 있으니 임금님께서 이 아이나 데려다가 잘 돌보아 주십시오."
39. 왕은 그러마고 대답하였다. "김함을 데리고 가겠소. 노인께서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아드님에게 해드리지요. 부탁대로 다 해드리겠소."
40. 전군이 요르단 강을 건넜다. 왕도 건넜다. 왕은 바르질래와 입을 맞추고 복을 빌어주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바르질래는 고향집으로 돌아갔고,
41. 왕은 김함을 데리고 길갈로 떠났는데, 유다 군 전부와 이스라엘 군 절반이 임금을 모시고 따랐다.
42. 그 때 온 이스라엘 사람이 왕에게 항의했다. "유다 사람들과 우리는 같은 겨레가 아닙니까? 그런데 그 사람들만 임금님을 독차지하여, 임금님의 왕실과 신하들을 모시고 요르단 강을 건너다니, 이럴 수가 있습니까?"
43. 그러자 온 유다 사람들이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대답하였다. "왕께서는 우리와 가까운 사이가 아니냐? 그런데 그런 일을 가지고 왜 이렇게 화를 내느냐? 우리가 왕께 무엇을 얻어 먹기라도 했단 말이냐? 우리가 왕께 무슨 선물이라도 받았단 말이냐?"
20장
북방 종족들이 반란을 일으키다
1. 이런 판국에 한 건달이 나타났다. 베냐민 사람 비그리의 아들로서 이름을 세바라고 했다. 그가 나팔을 불며 외쳐댔다. "다윗에게 붙어봐야 돌아올 몫은 없다. 이새의 아들에게 붙어봐야 물려받을 유산은 없다. 그러니 이스라엘 사람들아, 모두들 집으로 돌아가자!"
2. 그래서 온 이스라엘 사람들이 다윗을 떠나 비그리의 아들 세바를 따랐다. 그러나 유다 사람들은 자기네 왕을 모시고 요르단 강을 떠나 예루살렘에 이르렀다.
3. 예루살렘 왕궁으로 돌아온 다윗은 궁을 돌보라고 남겨두었던 열 후궁을 한데 몰아 가두고, 필요한 것을 주기는 하면서도 다시 찾지는 않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죽을 때까지 갇힌 몸이 되어 생과부로 지냈다.
4. 왕이 아마사에게 말하였다. "사흘 안에 유다 사람들을 소집해서 내 앞에 대령하여라."
5. 아마사는 유다 사람들을 소집하러 떠났으나 기한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6. 그러자 다윗은 아비새에게 일렀다. "이제 비그리의 아들 세바는 압살롬보다도 더 두통거리가 될 것 같소. 그러니 장군은 내 호위병들을 데리고 그를 추격하시오. 그가 견고한 성에 들면 어떻게 잡겠소?"
7. 요압의 부하와 그렛 외인부대와 벨렛 외인부대가 아비새의 뒤를 따라 나섰다. 비그리의 아들 세바를 잡으러 예루살렘을 나선 것이었다.
8. 그들은 기브온에 있는 큰 바위에 다다랐을 때 아마사를 만나게 되었다. 마침 요압은 군복을 입고 허리에 칼을 차고 있었다. 요압은 성큼 다가서서
9. "장군, 안녕하시오?" 하며 오른손으로 아마사의 턱수염을 잡고 입을 맞추었다.
10. 그러면서 요압은 칼집에서 칼을 빼었는데, 아마사는 그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 요압이 그 칼로 아마사의 몸을 찌르자 내장이 땅바닥에 쏟아졌다. 이렇게 요압은 아마사를 단칼에 찔러 죽였다. 그리고 나서 요압과 아비새 형제는 비그리의 아들 세바를 추격하였다.
11. 요압의 부하 하나가 아마사의 시체 옆에 서서 외쳤다. "누구든지 요압 장군을 지지하고, 다윗 왕 편이 되고 싶은 자는 요압 장군을 따르라!"
12. 그는 피투성이가 되어 한길에 쓰러져 있는 아마사 앞에 와서 군인들이 멈칫거리자, 아마사를 들판에다 옮겨 옷을 덮어놓았다.
13. 아마사를 한길에서 치워버린 뒤, 군인들은 모두 요압의 뒤를 따라 비그리의 아들 세바를 추격해 갔다.
14. 세바가 이스라엘 온 지파들이 사는 고장을 거쳐 아벨 벳마아가에 이르자 비그리 사람들이 모두 한데 뭉쳐 그를 따랐다.
15. 전군은 요압의 지휘 아래 아벨 벳마아가에 이르러 포위한 다음 성 밖에 둔덕을 쌓아올리고 성을 함락시키려고 허물기 시작했다.
16. 마침 성 안에 한 여걸이 있었다. 그가 나서서 이렇게 소리쳤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내가 요압 장군에게 할 말이 있는데 좀 나서라고 해주세요."
17. 요압이 나서자, 그 여인이 물었다. "요압 장군이세요?" "그렇소." "그러면 소녀가 하는 말을 좀 들어보세요." "어서 말해 보오."
18. 여인이 말했다. "옛적부터 하느님께 물을 일이 있으면 아벨에 가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19. 우리는 화평을 사랑하고 이스라엘에 충성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장군께서는 이스라엘의 어미 같은 이 성을 무너뜨리시려 하니 야훼의 유산 하나를 집어삼킬 작정이십니까?"
20. 요압이 대답하였다. "천만에, 결코 이 성을 집어삼키거나 멸망시키려는 것이 아니오.
21. 절대로 그렇지 않소. 에브라임 산악 지대에서 온 비그리의 아들 세바라는 자가 다윗 왕께 반기를 들었소. 그자만 내주면 나는 이 성에서 물러갈 것이오." "그러면 그 사람의 목을 잘라 성 밖으로 던져드리지요." 이렇게 말하고,
22. 그 여인은 돌아가서 성 사람들을 잘 설득시켰다. 사람들은 비그리의 아들 세바의 목을 베어 요압에게 던져주었다. 그러자 요압은 나팔을 불어 포위를 풀고 군인들을 해산시켜 집으로 돌려보내고 자기는 예루살렘에 있는 왕에게로 돌아갔다.
23. 이스라엘 전군의 사령관은 요압이었고, 그렛 외인부대와 벨렛 외인부대 사령관은 여호야다와 아들 브나야였다.
24. 부역 책임자는 아도람, 공보대신은 아힐룻의 아들 여호사밧,
25. 비서는 스와였다. 사제로서는 사독과 에비아달이 있었다.
26. 야이르 사람 이라도 다윗의 사제였다.
21장
사울의 후손을 처형하다
1. 다윗 시대에 삼 년이나 내리 흉년이 든 적이 있었다. 다윗이 야훼께 곡절을 물으니 야훼께서는 사울과 그의 가문이 기브온 사람들을 죽여 살인죄를 지은 탓이라고 하셨다.
2. 그래서 왕은 기브온 사람들을 불렀다. 기브온 사람들은 본래는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 아모리족의 잔류민인데 이스라엘 백성이 그들을 살려두기로 맹세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사울은 이스라엘과 유다 백성을 사랑한 나머지 그들을 전멸시키려고 했던 것이다.
3. 다윗이 기브온 사람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의 억울함을 어떻게든지 풀어줄 터이니, 그 대신 그대들은 야훼께서 당신의 것으로 삼으신 이 백성에게 복을 빌어주어야 하겠소."
4. 기브온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사울 가문과 우리 사이의 문제는 금이나 은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이스라엘 사람 하나라도 죽이게 넘겨달라고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래도 내가 그대들에게 무엇인가 해주어야 하겠으니 말해 보시오." 다윗이 이렇게 말하자,
5. 그들은 왕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우리를 멸종시켜서 이스라엘 영토 안에 발도 못 붙이게 하려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6. 그의 후손 중 일곱 사람만 넘겨주십시오. 그러면 우리는 기브온에 있는 야훼의 산, 야훼 앞에서 그들을 나무에 매달겠습니다." "그러지요."
7. 왕은 이렇게 허락하고서도 사울의 손자요, 요나단의 아들인 므비보셋은 빼놓기로 하였다. 스스로 야훼 앞에서 사울의 아들 요나단에게 맹세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8. 왕은 사울이 아야의 딸 리스바와의 사이에서 낳은 두 아들, 아르모니와 므비보셋, 사울의 딸 메랍이 므홀라 사람 바르질래의 아들 아드리엘에게 낳아준 아들 다섯을 잡아다
9. 기브온 사람들 손에 넘겼다. 기브온 사람들은 산 위에 올라 야훼 앞에서 그들 일곱을 한꺼번에 나무에 매달아 죽였다. 그들이 처형된 것은 막 보리를 거두기 시작한 추수철이었다.
10. 아야의 딸 리스바는 상복을 가져다가 바위 위에 펴놓고 그 위에 앉아 추수가 시작될 때부터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질 때까지 주검을 지켜 낮에는 공중의 새가 내려 앉지 못하게 하고 밤에는 들짐승이 달려들지 못하게 하였다.
11. 다윗은 사울의 후궁 아야의 딸 리스바 이야기를 전해 듣고
12. 사울의 뼈와 그 아들 요나단의 뼈를 야베스 길르앗 사람들에게서 찾아왔다. 불레셋 사람들이 사울을 길보아에서 죽여 벳산 광장에 매달아 둔 것을 그들이 몰래 거두어두었던 것이다.
13. 다윗은 거기에서 사울의 뼈와 그 아들 요나단의 뼈를 가져오고 사람들이 나무에 매달았던 자들의 뼈도 모았다.
14. 그들은 사울의 뼈와 그의 아들 요나단의 뼈와 함께 베냐민 지방 셀라에 있는 사울의 아버지 키스의 무덤에 합장했다. 모두 어명을 따라 한 일이었다. 그런 다음에야 하느님께서는 기도를 들어주시고 나라를 돌보시게 되었다.
15. 불레셋 군이 다시 이스라엘에 싸움을 걸어왔다. 다윗이 부하들을 거느리고 내려가 불레셋 사람과 싸우다가 지쳐 있는데,
16. 르바임 후손 브놉이라는 자가 삼백 세겔이나 나가는 청동 창을 들고 허리에는 새 칼을 차고 다윗을 잡아 죽이려고 덤벼들었다.
17. 그러나 스루야의 아들 아비새가 그 불레셋 사람을 쳐죽이고 다윗을 살려내었다. 이렇게 되자 다윗의 부하들은 이스라엘의 등불이 꺼져서는 안 될 터이니, 다시 왕이 자기들과 같이 출전해서는 안 되겠다고 하였다.
18. 그 뒤 이스라엘은 다시 곱에서 불레셋 군과 싸움이 붙었는데, 후사 사람 십개가 르바임 사람 삽을 쳐죽인 것이 바로 이 때였다.
19. 곱에서 불레셋 군과 또 한 차례 싸움이 붙었을 때 베들레헴 사람 야이르의 아들 엘하난이 갓 사람 골리앗을 죽였는데 골리앗의 창대는 베틀 용두머리만큼 굵었다.
20. 갓에서 또 싸움이 붙었다. 그 때 손가락 발가락이 여섯 개씩 모두 스물네 개가 되는 거인이 나타났는데 그도 르바임 사람이었다.
21. 그는 이스라엘에게 욕을 퍼붓다가 마침내 다윗의 조카 요나단에게 맞아 죽었다. 요나단의 아비는 시므아였다.
22. 이 넷은 모두 갓에 살던 르바임 사람들인데 다윗과 다윗의 부하들 손에 죽었다.
22장
다윗의 찬양
1. 야훼께서 다윗을 사울뿐 아니라 모든 원수의 손에서 건져주신 날, 다윗은 이런 노래를 불러 야훼를 찬양하였다.
2. 야훼는 나의 반석, 나의 요새, 나를 구원하시는 이,
3. 나의 하느님, 내가 숨을 바위, 나의 방패, 승리를 안겨주는 뿔, 나의 산채, 나의 피난처, 포악한 자들의 손에서 이 몸 건져주셨으니,
4. 찬양을 받으시라. 내가 야훼께 부르짖었더니, 나를 원수의 손에서 건져주셨다.
5. 죽음의 물결에 휩싸이고, 멸망의 물살에 휩쓸려 겁에 질리고
6. 포승에 묶여 저승으로 가고, 올가미에 걸려 죽을
7. 다급한 때에 야훼께 부르짖었더니 당신의 전에서 내 소리를 들어주셨다. 내 하느님께 외쳤더니, 울부짖는 소리가 그의 귀에 다다랐구나.
8. 그가 한번 노하시니, 땅은 뒤흔들리고, 하늘 기초도 뒤틀리며 흔들렸다.
9. 코로는 연기를 내뿜으시고, 입으로는 불을 토하시며, 숯불처럼 모든 것을 살라버리셨다.
10. 그는 하늘을 밀어 젖히시고 검은 구름 위에 내려서시며
11. 거룹을 타고 날으시고 바람 날개를 타고 내리덮치셨다.
12. 몸을 어둠으로 감싸시고 비를 머금은 구름을 두르고 나서시니,
13. 그 앞에선 환한 빛이 터져 나오며 짙은 구름이 밀리고 우박이 쏟아지며 불길이 뻗어났다.
14. 지극히 높으신 이, 야훼께서 천둥 소리로 하늘에서 고함치셨다.
15. 번개는 번쩍번쩍, 화살을 마구 쏘아대시어 원수들을 흩어 쫓으셨다.
16. 야훼께서 한번 호령하시니, 바다 밑바닥이 드러나고 그의 콧김에 땅의 기초가 드러나는데,
17. 높은 데서 손을 내밀어 나를 끌어올리시어, 거센 물 속에서 건져내셨다.
18. 나를 미워하는 억센 원수들, 내 힘으로는 당해 낼 수 없는 것들 손에서 건져주셨다.
19. 내가 망할 처지가 되자 저들이 달려들었지만, 야훼께서 내 편이 되어주셔서
20. 건져주시고 어깨를 펴게 해주셨다. 하느님께서 이렇듯 나를 좋아하셨다.
21. 야훼께서 내가 옳게 살았다고 상을 내리시고 내 손에 죄가 없다고 이렇게 갚아주셨다.
22. 나는 야훼께서 일러주신 길을 벗어나거나, 내 하느님께 못할 일을 하지 않았다.
23. 그의 법을 저버린 적이 없고, 그의 법규를 무시한 적도 없다.
24. 죄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하여 나무라실 데 없이 살았다.
25. 야훼 보시기에 깨끗하여 죄없다고 이렇게 갚아주셨구나.
26. 한마음으로 당신을 위하면 당신께서도 한마음으로 위해 주십니다. 흠없이 당신을 위하면 당신께서도 흠이 없이 위해 주십니다.
27. 두 마음을 품지 않고 당신을 받들면, 당신께서도 두 마음 품지 않고 붙들어주십니다. 그러나 당신을 속이려는 자는 꾀어 넘기시고
28. 억눌린 자를 건져주시며 거만한 자를 부끄럽게 만드십니다.
29. 야훼여, 당신은 곧 나의 등불, 내 앞에서 어둠을 몰아내 주십니다.
30. 하느님께서 도와주시면 어떤 담이라도 뛰어넘을 수 있고 나의 하느님께서 힘이 되어주시면 못 넘을 담이 없습니다.
31.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에 무슨 잘못이 있으랴. 야훼의 말씀에 무슨 티가 있으랴. 피신해 오는 자에게 방패가 되어주시는 분이시다.
32. 하느님은 야훼뿐, 바위가 되실 이는 우리 하느님,
33. 나에게 힘을 입혀주시어 나무랄 데 없이 살게 해주셨다.
34. 나의 발을 암사슴처럼 빠르게 하시어 산등성 위에 서게 해주셨다.
35. 구리 활을 쏠 수 있도록 나를 잘 조련시키셨다.
36. 구원의 방패를 이 손에 들려주시고, 나를 도와주시어 굳세게 해주셨다.
37. 무릎이 떨리는 일 없이 활개를 치게 해주셨다.
38. 나는 원수들을 따라가 멸망시켰다. 끝장내고야 돌아섰다.
39. 내가 때려눕히니, 원수들은 발밑에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하였다.
40. 허리를 묶고 싸움터에 나갈 힘을 주시어, 원수들을 내 발 앞에 무릎 꿇리셨다.
41. 내가 원수들의 목덜미를 잡고, 적수들의 숨통을 눌러버리는데,
42. 살려 달라 울부짖어도 들어주는 이 없었다. 야훼께 부르짖어도 들은 체도 않으셨다.
43. 나는 그것들을 먼지처럼 박살내었고, 길바닥의 흙덩이처럼 짓바수어 버렸다.
44. 내 민족이 나를 반역할 때, 나를 그 손에서 건지셨고, 알지도 못하던 민족들이 나를 섬기도록 뭇 나라에 영도자로 세워주셨다.
45. 이국 백성들은 넋이 빠져, 숨었던 요새에서 기어 나와,
46. 내 앞에 와서 굽실거리며 무엇이든지 내가 시키는 대로 하게 되었다.
47. 야훼님, 만만세! 나의 바위는 칭송을 받으시라. 나에게 승리를 안겨주신 하느님 높으시어라.
48. 내 원수를 갚으시고, 뭇 민족을 내 앞에 무릎을 꿇리신 하느님,
49. 당신께서는 나를 원수의 손에서 구출하시고 포악한 자들 손에서 건지시어 적대자들 위에 높여주셨습니다.
50. 그러하오니, 야훼님! 그 고마움을 어찌 만민에게 알리지 않고 하느님의 이름을 노래하지 않겠습니까?
51. 하느님은 손수 기름 부어 세우신 왕에게 큰 승리를 안겨주시고 한결같은 사랑을 베푸십니다. 이 다윗과 다윗의 후손에게, 길이길이.
23장
다윗의 마지막 말
1. 이것은 다윗이 남긴 마지막 말이다. 야곱의 하느님께서 기름 부어 세우신 자요,이스라엘의 수호자가 귀여워하시는 자,이새의 아들 다윗의 말이다. 가장 높으신 분이 세우신영웅의 말이다.
2. 야훼께서 나에게영감을 주시어말씀하셨다. 당신의 말씀을 내 혀에 담아주셨다.
3. 야곱의 하느님께서말씀하셨다.이스라엘의 바위 되시는 이가 나에게 말씀하셨다. "백성을 정의로 다스리는 자, 하느님 두려운 줄 알고 왕노릇 할 자,
4. 그는 아침에 터져 오는 햇빛,구름이 걷힌 아침의 해 같아, 이슬을 머금은 푸성귀가 땅에서 이 빛을 받아 자란다."
5. 야훼께서 나와 영원한 계약을 맺으시고, 조목조목 잘 지켜주셨는데 하느님께서 붙드시는 나의 왕실이 어찌 흔들리랴? 하느님께서 나를 좋아하시어 번번이 구해 주셨는데, 나의 왕실이 어찌 번성하지 않으랴?
6. 그러나 하늘 두려운 줄 모르는 자들은 마치 빈들의가시나무같아 사람들이 집었다가도 곧 내버린다.
7. 쇠꼬챙이나 창대를 가지지 않고는 건드리지 못할 것들, 불에 살라 태워버릴 수밖에.
다윗의 장군들
8. 다윗의 부하 용사들이름은 다음과 같다. 하그모니사람이스보셋, 이 사람은 삼용사의 우두머리였는데 창을 휘둘러 단번에 팔백 명이나 무찌른 일이 있었다.
9. 다음이 아호사람으로도도의 아들 엘르아잘이었다. 그도 삼용사 가운데 하나였다. 불레셋 군이 싸우려고바스담밈에 집결했을 때, 그는이스라엘군이 퇴각한 다음에도 다윗과 함께 있다가
10. 끝까지 버티고 서서 불레셋 군을 쳤는데, 손이 굳어져서 칼 잡은 손이 풀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 날야훼께서 큰승리를 안겨주셨다. 그제야이스라엘군이 다시 엘르아잘에게로 돌아왔지만 그들에게는 죽은 사람들을 터는 일밖에 할 일이 없었다.
11. 다음이 하랄사람아게의 아들 삼마였다. 한번은 불레셋 군이레히에 집결한 것을 보고이스라엘군이 도망친 일이 있었다. 거기에는 무르익은 팥밭이 있었다.
12. 그는 그 밭 한복판에 버티고 서서곡식을 지키며 불레셋 군을 쳤다. 이리하여야훼께서 큰승리를 안겨주셨다.
13. 삼십인부대 가운데 이 세 용사가추수가 시작될 무렵에아둘람동굴에 있는 다윗을 찾아갔는데, 마침 불레셋 군이르바임골짜기에 진을 치고 있었다.
14. 그 때 다윗은 산채에 있었고 불레셋수비대는베들레헴에 있었다.
15. 하루는 다윗이베들레헴성문 곁에 있는우물물이 생각나서 그 물을 길어다 줄사람이 없겠느냐고 하자,
16. 이 세 용사가 불레셋 진을 뚫고 들어가베들레헴성문 곁에 있는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다윗에게 바쳤다. 그러나 다윗은 그 물을 마시지 않고야훼께 부어드리며,
17. "이 물을 마셨다가는야훼께 벌을 받을 것이다. 목숨을 걸고 갔다 온 이 사람들의 피나 다름없는 물을 내가 어찌 마시랴!" 하고는 끝내 마시지 않았다. 이런 것들이 세 용사가 한 일들이었다.
18. 스루야의 아들 요압의 아우아비새는 삼십인부대의수령이었다. 그는 창을 휘둘러 단번에 삼백 명이나 무찔러서 삼십인부대 안에서도 용명을 떨쳤다.
19. 그는 삼십인부대 안에서 가장 뛰어났으므로 삼십인부대의수령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삼용사에 미치지는 못했다.
20. 캅스엘 출신으로여호야다의 아들브나야는 많은 공을 세운 용사였다. 그가 바로 모압의 두 장사를 쳐죽였고, 눈 오는 날구렁에 빠진 사자를 내려가서 때려죽인사람이다.
21. 그는 또 이집트의 한 거인을 죽인 일도 있다. 그 이집트인은 창을 들고 있었는데,브나야는 막대기를 들고 그에게 내려가 그 손에서 창을 빼앗아서 찔러 죽였다.
22. 여호야다의 아들브나야는 이런 일들을 해서 삼십인부대에 끼일 만큼 유명해졌다.
23. 그도 삼십인부대 안에서는유명했지만 아직 삼용사에 미치지는 못했다. 다윗은 그를 자기의 호위대장으로 삼았다.
24. 삼십인 용사에 오른사람은 ①요압의 아우아사헬,②베들레헴출신도도의 아들엘하난,
25. ③하롯출신삼마, ④하롯 출신 엘리카,
26. ⑤벳벨렛 출신헬레스,⑥드고아출신 익케스의 아들 이라,
27. ⑦아나돗출신 아비에젤, ⑧후사 출신 십개,
28. ⑨아호 출신 살몬, ⑩느토바 출신 마하래,
29. ⑪느토바 출신바아나의 아들헬렛, ⑫베냐민기브아출신리배의 아들 이때,
30. ⑬비라돈 출신브나야, ⑭가스 계곡 출신 히때,
31. ⑮아라바출신아비알본,⑯바후림출신 아즈마웻,
32. ⑰살본 출신 엘랴흐바, ⑱기존 출신하셈,
33. ⑲하랄 출신삼마의 아들 요나단, ⑳하랄 출신사랄의 아들아히암,
34. ㉑마아가출신아하스배의 아들엘리벨렛, ㉒길로 출신아히도벨의 아들엘리암,
35. ㉓가르멜 출신 헤스로,㉔아랍출신바아래,
36. ㉕소바 출신 나단의 아들이갈,㉖가드출신바니,
37. ㉗암몬 출신셀렉,㉘스루야의 아들 요압의 무기당번이던브에롯출신나하래,
38. ㉙야띨 출신 이라, ㉚야띨 출신가렙,
39. ㉛헷사람우리야, 이렇게 모두 삼십칠 명이었다.1. Now these be the last words of David. David the son of Jesse said, and the man who was raised up on high, the anointed of the God of Jacob, and the sweet psalmist of Israel, said,
2. The Spirit of the LORD spake by me, and his word was in my tongue.
3. The God of Israel said, the Rock of Israel spake to me, He that ruleth over men must be just, ruling in the fear of God.
4. And he shall be as the light of the morning, when the sun riseth, even a morning without clouds; as the tender grass springing out of the earth by clear shining after rain.
5. Although my house be not so with God; yet he hath made with me an everlasting covenant, ordered in all things, and sure: for this is all my salvation, and all my desire, although he make it not to grow.
6. But the sons of Belial shall be all of them as thorns thrust away, because they cannot be taken with hands:
7. But the man that shall touch them must be fenced with iron and the staff of a spear; and they shall be utterly burned with fire in the same place.
8. These be the names of the mighty men whom David had: The Tachmonite that sat in the seat, chief among the captains; the same was Adino the Eznite: he lift up his spear against eight hundred, whom he slew at one time.
9. And after him was Eleazar the son of Dodo the Ahohite, one of the three mighty men with David, when they defied the Philistines that were there gathered together to battle, and the men of Israel were gone away:
10. He arose, and smote the Philistines until his hand was weary, and his hand clave unto the sword: and the LORD wrought a great victory that day; and the people returned after him only to spoil.
11. And after him was Shammah the son of Agee the Hararite. And the Philistines were gathered together into a troop, where was a piece of ground full of lentils: and the people fled from the Philistines.
12. But he stood in the midst of the ground, and defended it, and slew the Philistines: and the LORD wrought a great victory.
13. And three of the thirty chief went down, and came to David in the harvest time unto the cave of Adullam: and the troop of the Philistines pitched in the valley of Rephaim.
14. And David was then in an hold, and the garrison of the Philistines was then in Bethlehem.
15. And David longed, and said, Oh that one would give me drink of the water of the well of Bethlehem, which is by the gate!
16. And the three mighty men brake through the host of the Philistines, and drew water out of the well of Bethlehem, that was by the gate, and took it, and brought it to David: nevertheless he would not drink thereof, but poured it out unto the LORD.
17. And he said, Be it far from me, O LORD, that I should do this: is not this the blood of the men that went in jeopardy of their lives? therefore he would not drink it. These things did these three mighty men.
18. And Abishai, the brother of Joab, the son of Zeruiah, was chief among three. And he lifted up his spear against three hundred, and slew them, and had the name among three.
19. Was he not most honorable of three? therefore he was their captain: howbeit he attained not unto the first three.
20. And Benaiah the son of Jehoiada, the son of a valiant man, of Kabzeel, who had done many acts, he slew two lionlike men of Moab: he went down also and slew a lion in the midst of a pit in time of snow:
21. And he slew an Egyptian, a goodly man: and the Egyptian had a spear in his hand; but he went down to him with a staff, and plucked the spear out of the Egyptian's hand, and slew him with his own spear.
22. These things did Benaiah the son of Jehoiada, and had the name among three mighty men.
23. He was more honorable than the thirty, but he attained not to the first three. And David set him over his guard.
24. Asahel the brother of Joab was one of the thirty; Elhanan the son of Dodo of Bethlehem,
25. Shammah the Harodite, Elika the Harodite,
26. Helez the Paltite, Ira the son of Ikkesh the Tekoite,
27. Abiezer the Anethothite, Mebunnai the Hushathite,
28. Zalmon the Ahohite, Maharai the Netophathite,
29. Heleb the son of Baanah, a Netophathite, Ittai the son of Ribai out of Gibeah of the children of Benjamin,
30. Benaiah the Pirathonite, Hiddai of the brooks of Gaash,
31. Abialbon the Arbathite, Azmaveth the Barhumite,
32. Eliahba the Shaalbonite, of the sons of Jashen, Jonathan,
33. Shammah the Hararite, Ahiam the son of Sharar the Hararite,
34. Eliphelet the son of Ahasbai, the son of the Maachathite, Eliam the son of Ahithophel the Gilonite,
35. Hezrai the Carmelite, Paarai the Arbite,
36. Igal the son of Nathan of Zobah, Bani the Gadite,
37. Zelek the Ammonite, Nahari the Beerothite, armourbearer to Joab the son of Zeruiah,
38. Ira an Ithrite, Gareb an Ithrite,
39. Uriah the Hittite: thirty and seven in all.
24장
병적조사를 하다
1. 야훼께서 다시 이스라엘에 진노를 내리실 일이 있어 다윗에게 이스라엘과 유다의 병적을 조사할 마음을 품게 하셨다.
2. 그리하여 왕은 자기 부하인 요압 총사령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단에서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 두루 다니며 이스라엘 각 족속의 병적을 조사해 오시오. 민병대가 얼마나 되는지 알아야겠소."
3. 그러나 요압이 왕에게 간하였다. "임금님의 하느님 야훼께서 민병의 수를 지금보다 백 배나 늘리시어 임금님께서 친히 눈으로 보게 되셨으면 합니다마는, 임금님께서는 어찌하여 이런 일을 즐겨 하시렵니까?"
4. 그러나 요압이나 사령관들이 아무리 간해도 왕은 굽히지 않았다. 그래서 요압과 다른 군사령관들은 어전에서 물러나와 이스라엘 병적을 조사하러 나갔다.
5. 그들은 요르단 강을 건너 아로엘과 계곡 한가운데 있는 도시에서 시작하여 야젤까지 찾아가서 가드족의 병적을 조사하였다.
6. 그 다음 길르앗으로 해서 헷 지역에 있는 카데스에 이르렀다가 다시 단으로 갔다. 단을 떠난 그들은 시돈을 돌아서
7. 띠로 성과 히위족들과 가나안족의 여러 성읍을 거쳐 유다 남방 브엘세바로 내려갔다.
8. 그들은 이렇게 전국을 돌아 구 개월 이십 일 만에 예루살렘에 돌아왔다.
9. 요압이 왕에게 보고한 총 민병대 수는 칼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이스라엘에 팔십만, 유다에 오십만이었다.
10. 그런데 다윗은 병적 조사를 하고 나서 양심에 가책을 받았다. 그는 야훼께 기도를 드렸다. "제가 이런 못할 일을 해서 큰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참으로 어리석었습니다. 야훼여, 이 종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11. 다윗이 이튿날 아침 일어났을 때, 야훼의 말씀이 예언자 가드에게 내렸다. 그는 다윗이 데리고 있는 선견자였다.
12. "다윗에게 가서, 나 야훼가 그러더라며 이렇게 일러라. '내가 너에게 세 가지를 내보일 테니 너는 그 가운데서 하나를 골라라. 내가 그대로 해주리라.'"
13. 가드가 다윗에게 가서 전하였다. "임금님의 영토 안에 삼 년 동안 기근이 들든가, 임금님께서 원수들에게 석 달 동안 쫓겨다니시든가, 임금님의 영토 안에 사흘 동안 전염병이 돌든가 할 것입니다. 그러니 잘 생각하셔서 결정을 내리십시오. 저를 보내신 분께 무엇이라고 대답해 올려야겠습니까?"
14. 다윗이 가드에게 말하였다. "괴롭기 짝이 없구려. 그러나 야훼께서는 그지없이 자비로우시니 이 몸을 야훼께 내맡기려오. 사람에게는 내맡기지 않겠소." 이리하여 다윗은 전염병을 내려달라고 하였다. 때는 보리를 추수할 무렵이었다.
15. 야훼께서 그 날 아침부터 정해 놓은 시간까지 이스라엘에 전염병을 내리셨다. 그래서 단에서 브엘세바에 이르기까지 칠만 명이나 죽었다.
16. 야훼의 천사가 손을 뻗어 예루살렘을 치려고 하자 야훼께서 재앙을 내리시려던 생각을 돌이키시고, 백성을 죽이는 천사에게 명령하셨다. "이제 그만하면 됐다. 손을 거두어라." 그 때 야훼의 천사는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에 서 있었다.
17. 다윗은 백성을 치는 천사를 보고 야훼께 아뢰었다. "죄를 지은 것은 저입니다. 못할 짓을 한 것은 저입니다. 이 양들이야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제발 손을 돌려 저와 제 집안을 쳐주십시오."
18. 가드가 그 날 다윗에게 와서 일렀다. "여부스 사람 아라우나의 타작 마당으로 올라가 거기에다 야훼께 제단을 쌓으십시오."
19. 다윗은 가드가 전해 준 야훼의 지시를 따라 그리로 올라갔다.
20. 아라우나가 내려다보고 있다가 왕이 신하들을 데리고 자기에게 오고 있는 것을 보고는 앞으로 나아가 왕 앞에 엎드려 절을 하며
21. 물었다. "임금님께서 무슨 일로 소인에게 오셨습니까?" 다윗이 대답하였다. "그대의 타작 마당을 사서 야훼께 제단을 쌓아 바쳐 백성에게 내리는 이 재앙을 그치게 하려고 하오." 이 말을 듣고
22. 아라우나는 이렇게 말하였다. "임금님, 거저 드립니다. 원하시는 대로 제물을 바치십시오. 여기 번제드릴 소도 있고, 땔감으로는 탈곡기와 소 멍에도 있습니다.
23. 소인 아라우나가 이 모든 것을 임금님께 바칩니다." 그리고 아라우나는 "임금님의 하느님 야훼께서 임금님의 제물을 받아주시기를 빕니다." 하고 덧붙였다.
24. 그러나 왕은 아라우나에게 그럴 수 없다고 했다. "돈을 내고 사야 하겠소. 돈 한푼 안 들이고 야훼 나의 하느님께 번제를 드릴 수는 없소." 다윗은 타작 마당과 소를 은 오십 세겔에 사서,
25. 야훼께 제단을 쌓고 번제와 친교제를 드렸다. 그제야 야훼께서는 나라를 위하여 비는 그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스라엘에서 재앙을 거두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