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살 없는 감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아는가?
미지의 엑스라는 힘이 우리를 끝없이 잡아 당기고 있는지를 아는가?
미지의 엑스의 세력이 창살 없는 감옥에 우리를 갇히게 하였다.
한 평 남짓한 그 감옥에서 인간은 어떤 욕망이든 다 채우며 살고자 온갖 애를 쓰며.....
폐병에 걸려 피 섞인 가래를 토해내며 기침을 해대면서 죽어가고 있으면서도
왜 죽어가고 있는지 모르면서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파리할 정도로 흉칙한 욕망의 몰골이 되어 있는데도 뭐라도 잡아 먹은 듯한 빨간 루즈에 화사한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에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 반지와 가녀린 목이 부러질 정도로 무겁게 보이는 금 목걸이에 귀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주렁 주렁 매달린 귀걸이에 몇 센티 미터나 더 크게 보이게 하는 굽 높은 하이힐을 신고서 가죽 백을 들고 가슴을 내밀고 눈은 모든 것을 무시하듯이 치켜 세우고 때로는 자기만을 바라보는 시선에 내려 깔기도 하는 그 요염한 자태를 뽐내며 한 평 남짓한 그 감옥을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안에는 세상 전부가 들어 있다. 자기 라는 신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 신이 오늘은 자기의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 몇 십 만원씩을 뿌리면서도
내일은 콩나물 몇 백 원 어치 때문에 많네 적네 하면서 힘없이 초라한 행상을 하는 할머니와 얼굴을 붉혀가며
싸우고 있는 것이다.
그 신이 오늘은 거동은 할 수 있을 정도의 아픔이 있었다.
밥도 먹을 수 있었고 화장실도 갈 수 있었고 씻을 수도 있었고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산책도 나갈 수도 있었다.
그랬을 때는 그래도 이만 하면 살기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자기 외에 다른 신을 인정할 줄도 알았다.
그나마 거동할 정도의 아픔만을 준 것에 대해서 감사도 나왔다.
그러나 그 신이 다른 신에 의해 죽기 일보 직전의 아픔으로 내몰렸을 때는
온갖 두려움이 다 자기에게로 덮쳐왔다.
그 죽음을 느끼게 하는 자기 외에 다른 신이 있다는 것을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죽기 전에 그 다른 신을 죽여야만 했다.
그래서 평안하게 살고 있는 자기를 건드린 그 신을 죽였다.
아 그러나 ------
죽임 당한 그 다른 신이 흘린 피가 한 평 남짓한 감옥을 덮어 버렸다.
자기 라는 신이 살고 있는 그 세상 전부를 피로 물들여 버린 것이다.
한 평 남짓한 그 감옥이 피 바다가 된 것이다.
그 피로 말미암아 그 세계가 한 평이 아닌 끝없이 거대한 세계였음을 폭로시켰다.
신이 아니면서도 신처럼 행세했던 그 세계를 .....
이제 살아 남을 수 있는 신은 아무도 없다.
그 피 앞에 빨간 루즈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화사한 레이스가 달린 드레스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반짝 반짝 빛나는 보석 반지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금 목걸이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주렁 주렁 매달린 귀걸이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높은 하이힐, 가죽 백, 요염한 자태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아 그러나------
그런 엄청난 피 폭풍이 지나간 후에 또 다시 한 평 남짓한 감옥에는 그 신이 다시금 활개를 치고 있다.
그 신을 지탱해 줄 것들이 소용이 없는 것이 아니었다.
여전히 그것이 그 신을 위장 시켜줄 수 있는 대체물로 소용되고 있었다.
세상은 평화를 원한다.
신된 자기를 건드리지 않는 한도 내에서 가정의 평화를 원하고 직장의 평화를 원하고 교회의 평화를 원한다.
자기 세계에만 빠져서 잘 살고 있는 신된 자기만 건드리지 않으면 간이고 쓸개고 뭐고 오장육부를 다 내어 놓을 수 있다.
신된 자기 마음만을 상처 입게만 하지 않는다면......
인간은 결코 신이 아니다.
자기가 죽인 신은 지금도 살아서 그 피로써 말하고 있다.
죽음으로서 오히려 말하노라고.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 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요 검을 주러 왔노라
내가 온 것은 사람이 그 아비와, 딸이 어미와, 며느리가 시어미와 불화하게 하려 함이니
사람의 원수가 자기 집안 식구리라
아비나 어미를 나보다 더 사랑 하는 자는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아들이나 딸을 나보다 더 사랑하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고
또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지 않는 자도 내게 합당치 아니하니라
자기 목숨을 얻는 자는 잃을 것이요 나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잃는 자는 얻으리라"(마10:34-39).
그 피는 인간이 한시도 편한 날이 없이 인간의 마음을 갈기 갈기 찢어 놓고 있다.
인식을 하든지 안 하든지 인간의 마음을 영원토록 휘젓고 있다.
인간은 결코 신이 아니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