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존재와 인간의 존재는 함께 있을 수 없는 개념 같은데 인간 세상에는 신의 존재와 그 개념들로 가득 차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인간은 인간 나름의 납득이 갈만한 신을 굳이 연구를 많이 하지 않고도 상상해 낼 수 있는 바탕을 태어나면서 이미 갖고 있어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본질을 꼭 닮은 신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래서 이곳은 누가 누가 더 많이 신을 연구해서 좀 더 세련되게 만들어 내느냐의 시합의 장, 게임의 장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곳에 진짜 하나님이 오셨을 때 인간들은 이 세상에 최적화된 육신과 그 안에 작동하는 자체 지침서를 내세워 맹렬히 그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사람을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나님과 아들만 아는 예수님의 지침서가 공개될 때마다 발작의 징조가 여기저기 붉어진다. 말씀을 말씀 되게 이루시기 위해 예수님이 인간들에게 잡혀주시기 전까지 인간들의 지침서는 유죄가 아니었다. 유대인들이 주님을 빌라도 앞에서 고발할 때 자신들은 법이 있음을 당당히 밝혔고 그들의 법대로 예수가 당연히 죽어야 한다고 굳건한 믿음으로 주장했다.
그 법이 인간을 유일한 신으로 만들어 주는 극치로 인도하고 있음을 주님의 법과 충돌하며 일어나는 살해 현장에서 만천하에 까발려진다. 예수님은 진짜 하나님은 죽는 하나님임을 알리시는 일에 성공하셨다. 그래서 인간은 유죄라는 것을 십자가 앞에서 아무도 부인할 수 없게 해주셨다.
악마에 붙잡힌 세상에서 세상 신을 닮아 목이 곧고 자존심은 어찌나 센지 자신을 건들면 신이고 뭐고 가만두지 않으리라는 방어기제가 팽팽하다. 그 교만의 굴레에서 오직 자신을 가치 있다고 해주는 말만을 고대하는 악마적 탐심에서 빠져나올 길은 없다.
바로는 열 가지 재앙이 차례차례 내려짐에도 도리어 굳세게 버티며 점점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며 강퍅해져 갔다. 어린양의 피가 문설주에 발라짐으로 히브리인들이 애굽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가 중점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의 죽음이 아니고서는 결코 빠져나갈 수 없을 만큼 이 세상이, 그리고 이 세상과 동일시 되어있는 인간이 얼마나 강퍅한 존재인지를 알려주신다.
하나님의 조치에 따라 예수님이 유일한 길로써 이 땅에 보내지셨을 때, 그 길이 길 되게 하기 위한 인간의 할 일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그냥 자신 나름의 지침서대로 본성대로 살던 원칙대로 직관대로 하나님의 지침서 자체인 예수님에게 반응만 해주면 되는 쉬워도 너무 쉬운 역할이었다.
십자가가 눈앞에 보인다는 것이 무엇이었던가.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우리를 구원하시려고 죽다니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신 주님 저도 주님을 사랑해요’라는 핑크빛 망상은 아닐 것이다. 어린양의 피 소리가 피리 소리처럼 십자가로 울려 퍼지며 죄인을 이곳저곳 끌고 다니시면서 예수님을 찌르는 현장으로 데려가실 때 십자가로 이 마음을 찔리며 ‘어찌할꼬, 어찌할꼬’만 연발하게 하시고 ‘그래서 내가 너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었잖아. 진짜 내 것이 되게 하려고’라는 말씀을 들려주신다. 이보다 더한 사랑이 어디 있을까.
어부가 낚시를 할 때 낚시대 끝에 미끼를 매달아 고기를 낚는다. 그 매달린 미끼는 자신이 왜 바늘 끝에 꽂혀 싫어하는 물속에 던져져야 하는지 알 수도 없지만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늘 틈만 나면 ‘왜지?’를 쉬지 않고 내뱉는 쓰레기를 내 안에서 발견한다. 내뱉는 상황을 허락하실 때마다. ‘아, 그렇구나...’는 가짜 정답임을 안다. 한두 번 자신에게 속은 것이 아니니. ‘아, 그러셔도 되는구나’라는 대답은 내가 만든 결과가 아니다. 나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철회하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는 강퍅한 자이니.
이런 자를 미끼로 사용해 그 물고기 배속에서 물고기와 같이 망하게 하신들 구해주지 않는다고 원망할 어떤 자격도 없다.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으니 한다는 한심한 소리는 ‘신앙이고 뭐고 다 나랑 상관없으니 이 상황에서 저 좀 빼주세요’라는 한탄이 나온다. 감사는 늘 저만치 뒷전에서 기다린다. 늘 쑈가 끝나고 무안 다 당하고 통로를 통해 쓰레기로 배출될 때 얼굴 감히 들지 못하고 기뻐하며 하는 감사. 육체 거둬가실 때까지 이러다 마감하게 하실 것이다. 주님에겐 아무 상관 없는 일이고 아무 문제 없는 일인데 있지도 않은 존재가 혼자 심각하고 혼자 까불거리는 꼴을 글을 마칠 때마다 들키게 하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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