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자아가 생각한 것보다 더 독한 귀신이 들어있는 겁니다. 귀신, 악마의 목적은 뭐냐 하면 이거에요. 그냥 우리 사는 식으로 내버려둬. 신이시여, 그냥 우리끼리 살도록 간섭하지 말고 내버려둬. 우리끼리 소박하나마 살도록 내버려둬. 이게 귀신의 요망사항이니까 십자가 복음이 먹힐 리가 있습니까. 그냥 지금 편한 데로 살겠다는 데,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우리도 안 답답한 데 이럴 수가 있겠어요? 그러나 여기에 위기를 준다니까. 위기가 뭐냐 하면 내 식대로 했는데 할 도리 다하고 내 모든 능력을 다 동원했는데 투자를 했는데 더는 내가 손댈 수 없는 예상 밖의 사태가 벌어진 거예요. 그 사태가 내가 무척이나 소용없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뭘 해도 내가 나한테 보탬이 안 된다는 사실, 그게 뭐냐 하면 피조물성이에요.
피조물이란 본인이 만들지 않았다는 고백입니다. 나보다 누가 먼저 있었다는 고백이 피조물이거든요.